한국인의 급한 성격을 표면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로 한국말을 못 하는 외국인도 “빨리, 빨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 중고등학교에서 체력장이 있었다.
1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1km 달리기, 턱걸이 등 모든 테스트가 정해진 시간에 빨리해야 하는 종목이었다.
학교 다닐 때 점심시간이 되기 전 학생들은 도시락을 다 먹는데 먹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기록을 경신하는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고 업무에서도 빠른 결과를 내는 사람을 특출하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어려서 부터 빠르고 성급한 습관을 배양하면서 성장하는 게 한국 사람이고 급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습관은 자연스럽게 국민 모두의 성격이 되었다.
유전적으로 대를 이어 차분한 DNA를 가진 사람도 이 시대를 살다 보면 급하게 변하는 것은 환경에 적응하는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가는 급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은 없다.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성질 급한 민족이 없는 이유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요식업은 신속한 배달의 차별화가 성공을 이룩한 전략이 되었다. 기다리는 것만 못 참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빨라야 하니까 먹는 것도 빠르고 일도 빨리 하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좋은 것이던 나쁜 것이던 한국인에게 빠르게 전파되는 유행은 문화도 산업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은 필요한 시간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며 자연의 순환에도 시간이 소요되듯 빠른 것이 능사는 결코 아니지만 컴퓨터가 만든 문명은 획일화를 넘어 초고속을 지향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인공지능이 생활의 영역에 포함되어 빠르고 신속한 일상이 가능한 것은 모든 가전제품의 첨단 기능에서 접하는 사실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단축 번호 때문에 숫자를 기억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냥 계산하면 되는 액수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계산기에 손이 가게 되고 심지어 화장실 갈 때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볼 일을 못 본다는 사람들도 많다.
0.1초가 빠른 컴퓨터 관련 상품은 출시가 되기 무섭게 팔려 나가고 모든 전자제품은 속도가 빠르면 신상품이다.
아우토반과 같은 고속도로가 없는 나라에서 24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자동차는 경쟁하듯 생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빠른 것을 좋아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원인을 따져 보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첨단 시대의 특성과 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사회구조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급하다는 것은 심리적 상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성격상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많은 현대인들은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만 생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뭔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사회생활에서 경쟁에 떨어지기 않으려는 심리는 질주본능을 유발하므로 매사에 긴장된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입시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라는 경쟁 과정을 거쳐야 하며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는 곧바로 하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러한 질주본능은 필수적인 인생의 진행과정이며 정해진 구조의 틀에서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시간을 준수해야 하고 경쟁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빠르고 완벽한 업무는 필연적인 것이다.
즉 경쟁에서의 승리와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강한 심리적 압박과 함께 열등감도 생기기 쉬운 요인이 되므로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급한 마음에 자신을 재촉하는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흔히 조급증이라 하는 급한 성격의 증상은 무언가를 기다려야 할 때 가만있지 못하고 초조한 기분이 심한 상태를 말하고 항상 시간에 쫓기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뭔가를 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못한다.
특히 일을 할 때 서두르게 되는 급한 습관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증상이 대표적이며 심하면 우울증과 불안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두통, 불면증, 만성피로와 같은 신체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강박증과 결벽증의 중요한 증상이고 조급증으로 흔히 불리지만 현재 조급증이란 병으로 명명된 질환은 없다.
이와 관련해서 1982년 미국의 래리 도시(Larry Dossy)라는 의사가 ‘시간병’(Time Sickness)이라는 이름으로 시간은 항상 달아나는 것이고 달아나는 시간은 결코 충분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보다 빠르게 달려서 시간을 따라잡아야 한다.(Time Sickness to define the belief that many people have about the fact that time is always slipping away, that there is never enough of it, and that we must go faster and faster to keep up.)는 내용으로 시간에 대한 믿음을 정의하면서 ‘시간병’(time sickness)이란 용어가 등장했고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나 시간적 압박이 없어도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증상을 ‘병적 강박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조급증은 강박적 증상의 하나인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의 유형이다.
시간 관리는 언제나 생활습관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시간에 쫓겨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이며 심리적 문제와 관련시키지 않아도 직장과 일상생활이 만들어 놓은 대다수의 습관이므로 시간을 지켜야 하는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곧 마음의 병일 수 있고 습관일 수도 있는 조급한 마음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심리적인 작용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스스로의 노력과 생활리듬의 조화로 조절해야 하며 자신의 급한 성격 때문에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쁘고 다양한 세상에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존재하고 아무리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형태가 사회의 구조라 하더라도 가치의 기준은 동일할 수 없다. 시간에 쫓겨 산다는 게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삶의 방식이 아니므로 시간을 지키고 생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남과 비교하거나 지향하는 목적을 위해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생활이 계속된다면 조급한 증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생활패턴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시간에 대한 강박적 사고는 정신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살다 보면 언제나 급한 일은 생기기 마련이고 때로는 정신없이 바쁜 일도 겪어야 한다. 그러나 급박하게 마감시간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세심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노력이 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고 업무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 된다.
이미 몸과 마음에 깊게 배인 익숙한 습관을 바꾸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고 타고난 성격이 급하다면 그만큼의 스트레스는 더 감당하고 살아야 하지만 자신의 스케줄에 따르는 효율적 시간 관리가 선행된다면 급한 마음에 서두르는 상황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단 10분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일을 하기 전 자신을 괴롭히는 압박감과 초조한 마음에서 벗어 날 수 있고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 심호흡을 하고 몇 초 동안 마음을 가다듬는 습관을 갖는 것은 자신을 통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생활의 여유는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빠르거나 늦거나 세상 모든 일은 결과로 귀결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