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동감 Agree 05화

명품 철학

브랜드 가치

by Paul

요즘 거리에서 정장 차림의 남녀를 많이 볼 수 없다. 시대가 바뀌어서 편한 것이 대세라 할 수 있는 스타일은 대기업 사원과 관공서의 공무원뿐만 아니라 청와대 고위층의 노타이 차림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취향이 다양해지고 세대에 따른 유행 역시 개성이 존중되는 이유로 청바지와 티셔츠로 대변되었던 캐주얼 패션도 기존의 트렌드에서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면소재로만 제작되었던 유명 브랜드의 청바지도 활동성을 강조한 신축성 있는 소재가 대부분이며 계절에 따라 통기성이 좋은 소재나 방한 기능의 소재를 사용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정장의 소재도 신축성을 강조한 폴리우레탄이 함유된 소재의 상품이 인기가 있다.

스타일도 기존의 유행을 벗어난 다양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이 앞 다투어 출시되고 같은 스타일의 제품 역시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세심한 선택에 부응하는 상품이 많다는 것은 패션이 멋과 실용성을 겸비한 기능으로 진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생활에 필수 조건인 의식주의 첫 시작이 의복이고 예나 지금이나 옷은 신분을 나타나는 상징적 의미는 변함이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분계급에 따라 의상은 신분을 과시하는 계급장과 같아서 실크와 모직 소재로 만든 옷은 양반과 귀족들만 입을 수 있었고 무역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귀한 옷감은 현금과 같은 가치를 갖는 최고의 무역품이었다.

옷을 입는 방법도 귀족과 양반들의 의관은 법도에 따르는 엄격한 격식이 있었던 것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이고 그러한 관례는 가톨릭 종교 전례의 전통으로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 회사원과 공무원은 정장을 입어야 했고 캐주얼 차림의 출퇴근은 허용되지 않는 직장이 많았다.

사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것을 들자면 음악과 패션이다. 일주일 단위로 인기 차트에 의해 순위가 바뀌는 가장 빠른 유행이 음악이라면 그다음은 시즌별로 모든 광고를 도배하고 쇼윈도를 장식하는 패션상품이다.

한마디로 먹는 것 다음으로 입는 게 사람의 생활양식이므로 현대의 패션산업은 경제의 거대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았고 가난했던 한국 경제를 일으켰던 수출산업의 주역 또한 방직업이었다.

문화의 트렌드라면 당연히 패션이며 계절의 변화는 옷으로 체감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옷이 신분을 상징하던 시대는 사라졌다 해도 때와 장소, 격식과 기능에 따라 입는 옷은 구별이 된다. 아무리 개성과 자유가 존중되는 시대라 해도 결혼식과 장례식에 반바지와 민소매를 입고 가는 사람은 없고 공식적인 자리에 청바지에 점퍼를 입고 가는 것은 결례가 된다.

노출이 심한 옷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고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 스커트 차림이 어르신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을 단지 세대차이로만 볼 수는 없다.

여성의 미니스커트는 서양에서 시작된 패션이고 더운 계절 한국 번화가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초미니스커트와 반바지 차림의 여성을 미국에서는 해안가에 근접한 지역을 제외하면 뉴욕과 같은 도시에서는 보기 어렵다.

어찌 보면 개성과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미국 사회에서도 대다수의 관점에 맞지 않는 패션은 용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직업에 관계없이 정장 한 벌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명품 한 두 벌은 있어야 된다는 문화로 바뀐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패션 트렌드의 변화가 대중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의미이지만 패션은 소속감과 과시의 수단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같은 옷을 입어야 소외되지 않는 소속감을 유지할 수 있고 없어도 있어 보여야 한다는 대다수의 심리는 불법인 짝퉁 산업에 기여한 바가 크다.

홈쇼핑에서 명품 브랜드 광고는 시간대 구분 없이 채널만 돌리면 볼 수 있고 명품족과 함께 멀리 캐나다에서 건너온 욜로(yolo) 문화가 한국 젊은이들을 감염시켰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국가가 경제의 가치를 나타냈다. 부잣집 아이들만 미제 과자와 미제 초콜릿을 먹을 수 있었고 돈 많은 사람들만 양주를 마셨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비싸지 않은 버번위스키(Bourbon whiskey)가 한국에서는 고급 위스키로 부의 과시가 되었으며 브랜드와 관계없이 일제 전자제품은 무조건 최고의 상품이었다.

심지어 일제 바늘과 일제 가위가 돈 많은 사모님들의 필수품이던 시절이 있었고 그 문화의 잔재는 아직도 남아있다.

현대에 이르러 브랜드의 가치가 경제의 가치를 대변하면서 기업의 브랜드 창조 작업은 기업의 성패와 연결되고 상품의 품질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선호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계 각국에 두터운 고객층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어떤 옷을 입는다는 것보다 어느 브랜드의 옷을 입느냐에 따라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이 된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활수준과 함께 문화 수준이 함께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고 소득에 비례하여 소비 패턴이 변하는 것도 생활방식이지만 패션의 진화와 유행의 변화는 관련 산업의 발전과 함께 대표적으로 두 가지의 병폐를 양산하고 있다.

첫째 문화적 측면으로 본다면 개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민폐하객과 같은 현상이 증가하고

둘째 경제적으로는 필요 이상의 과소비가 사회적으로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남이 뭐라 해도 내가 입고 싶은 데로 입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은 예의와 보편적 상식이 사라지는 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규범이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고가의 명품에 대한 소비는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사고로 연결되어 부정적인 소비패턴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소비성향을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는 없지만 소비란 수입에 맞게 지출되는 것이 상식이고 분에 넘치는 과분한 소비는 가계부채의 원인이 된다.

즉 옷이 아닌 허영을 입어야 하는 심리는 다국적 기업의 감성 마케팅에 한국도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은 옷을 입으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심리는 탑 브랜드와 결합할 때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탑 브랜드 명품은 소재가 다르다.

대부분 엄선된 천연소재를 사용하고 디자인은 유명 디자이너 고유의 전통 스타일에 시대적 감각이 추가되지만 요란하지 않은 절제의 미를 느낄 수 있고 세련된 라인이 특징이다.

공정과정은 모두 수작업이고 소재와 동일한 실로 전문가가 한 땀 한 땀 바느질하기 때문에 상품 전체에 빈틈이 없고 내장제와 단추, 지퍼도 장인이 소규모로 주문 생산하는 수공예품이다.

처음 입어 보는 사람도 고급 소재의 가볍고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고 세련된 라인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공통적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비교하면 진품과 짝퉁은 바로 구분이 가능한 제품이 탑 브랜드 명품이다.

사람의 감각은 간사하기 때문에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상품에 길들여지면 예전의 감각은 잊혀 지기 마련이고 과용을 해서라도 구매하게 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문화 수준이 향상되면 가치 기준이 달라지며 취향은 상승되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함께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소유의 양에 의해 계층이 구별되고 개인의 평가 또한 경제 가치에 비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형의 가치가 제공하는 만족은 한계가 있고 어떤 형태이던 허영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같다. 언제나 유행이란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시대에 맞는 정서를 제공하지만 정서적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지수는 항상 소유의 양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 가치의 기준을 유행에 맞추려 노력하는 것은 아무리 삶의 방식이라 해도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허욕이라 할 수밖에 없고 세상은 유형의 가치에만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삶의 질과 생활수준을 명품과 빗대어 측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몰상식한 척도 일 뿐이다.

전통적으로 대를 이어 내려온 장인의 귀한 제품이 가치에 따라 고가로 팔리는 것이 진정한 명품이지 브랜드 로고만 붙여 폭탄세일로 광고나 이벤트를 통해 대량 생산, 판매하는 공장 제품이 진짜 명품인지는 의문이 든다. 유명 디자이너의 로고가 붙은 상품은 짝퉁이어도 A급은 몇십만 원의 가격에 주문해야 살 수 있다고 하니 탑 브랜드의 세계적 지명도는 대단한 마법이라 할 수 있겠다.

무형의 자산이 없는 사람은 유형의 가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건 없는 자들의 합리화일 뿐이고 세상은 소유욕 때문에 발전했고 번영한 것은 사실이다.

지적 욕구가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켰고 소유욕이 자본주의를 만들었으며 욕망 없는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이고 잘 입은 거지가 잘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없어도 좋은 옷, 비싼 물건 사고 싶은 심리는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문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사치풍조가 부유층만이 아닌 저소득층에 까지 확대되는 세태이다.

물론 돈 많은 사람들만 비싼 제품 사야 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방송과 인터넷이 잘못된 소비를 주도하고 젊은 층의 민감한 정서에 허영심을 불어넣는 문화가 확산되면 개인이나 가정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비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며 자신의 수입에 맞지 않는 지출이 늘어나고 개인의 부채비율이 확산되는 현상을 만든다.

생활고 때문에 빚을 지는 가난한 저소득층이 있는 반면 수 천만 원대 명품가방 취향에 따라 사는 부유층도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이다.

그러나 해외 명품을 사기 위해 적금 들고 대출받는 젊은 층의 잘못된 세태는 정서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탑 브랜드 명품을 입는다고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것은 아니며 허영과 사치가 정서적으로 만족을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비싼 명품 구입하고 카드대금 걱정하는 것보다 예쁘고 질 좋은 국산 상품 유행에 맞게 갖춰 입는 사람이 세련된 스타일리스트이다.

수입에 맞는 지출이 현명한 소비패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명품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는 폐품이 되지만 명품 인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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