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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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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ec 01. 2021

사랑에 명제는 없다

이 시대의 사랑

누군가에게 조건 없이 주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면 그 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주고, 주고 다 퍼줘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할 때의 감정이라면 사랑은 조건도 한계도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이성과 감성의 조율이 필요하고 뜨거울수록 금방 식어버리는 게 사랑이기도 하다.

부모의 사랑은 맹목적이라 해도 무절제한 애착은 자식을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교육이 배제된 사랑은 자녀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

그에 반해 한없이 좋기만 한 것이 연인 간의 사랑인 것 같아도 사랑이란 감정은 지속되지 못하는 속성이 있다. 사람, 사람이 만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과정은 특별한 계기로 시작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끌리는 감정은 격식이나 공식과는 무관한 감성이다.

국경도 종교, 사상도 초월할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결코 외향적인 부분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사랑을 유지하려면 정서적 공유 외에 수반되는 조건과 함께 서로의 노력도 필요하고 경제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돈이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자식도 못 낳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유가 없으면 데이트 비용도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며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아비규환인 한국에서 소박한 보금자리마저 마련할 방법이 없는 현실 속에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그런 이유로 희망이 차단된 젊은이들의 연애 스타일이 예전과는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당연한 세태이므로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젊은 층의 애정관을 문란한 성문화로 비하할 수는 없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젊은 연인들이 쉽게 잠자리를 같이 하고 같은 아파트에 함께 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물론 영화의 소재이고 대부분의 미국 젊은이들이 모두 무분별한 동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시대의 경제적 측면으로 본다면  합리적인 동거 형태는 맞는 것 같다.

뉴욕의 경우 평균 수입의 30%를 월세로 내고 살아야 하며 비싼 물가를 감안할 때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도 큰 부담이 된다.

사랑까지는 아니라 해도 서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전혀 나쁠 건 없는 합리적인 생활방식이다.

결혼이 아니므로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는 없고 마음이 변하면 헤어지면 그만이고 이혼 소송, 재산분할과 같은 골치 아픈 일도 없다.

부정적인 단면이지만 미국에서 애인과 헤어지고 싶은데 마땅한 핑계가 없을 때는 몇 주만 술 먹고 늦게 들어가고 생활비 주지 않으면 남자고 여자고 그냥 떠난다는 얘기도 있다.

웃자고 하는 농담이고 사례가 있는 얘기는 아니라 해도 사회의 정서는 부정적인 세태 또한 반영되기 마련이므로 사람의 감정도 경제적 문제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결혼관은 연애와는 엄밀하게 구분이 되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조건은 무척이나 까다롭고 보수적이며 부모가 있는 가정의 결혼문화는 한국의 엄격한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TV에서 제보를 통해 제작되는 연인들의 스토리를 연출한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

황당한 사연도 많고 정상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많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흥미롭게 제작한 프로그램이어서 진행자들의 의견도 포함이 된다.

극 중에서 양다리를 주제로 한 내용을 보게 되면 사랑의 감정도 분할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고 무엇을 하던 누구를 만나던 서로 간섭하지 않는 조건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이 등장하면 과연 그들을 연인 사이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대다수 젊은이들의 애정관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며 시청률을 의식하고 선별한 내용이라 해도 너는 너,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이기적 관계는 결코 연인 관계의 조건이 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내로남불의 주역이자 능력 있는 사람은 배우자 외에 애인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공감하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애정관을 비판할 자격 또한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하게 된다.

물론 부정적인 소수의 모습이고 아직까지 그릇된 현상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않은 한국사회이지만 만연한 이기주의가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퇴색시키는 시대가 애석하기만 하다.

둘이 하나가 되고 새로운 시작이 되는 사랑의 개념은 좋다는 감정만 공유한 채 교점이 없는 관계를 지속하는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작과 함께 이별을 예견하는 과정이 익숙한 세대를 쿨하다는 표현으로 포장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정해진 공식처럼 움직이지 않는 법이고 사랑이란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편하기 마련이고 만남과 이별에 면역이 되면 빈자리를 채워 줄 상대는 금방 구할 수 있는 세대가 어찌 보면 편리한 것 같아도 편리한 것의 가치는 언제나 일회용과 다름이 없고 젊음은 결코 길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랑이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이자 소중한 과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는 화패의 지배를 받는 생활을 하면서 사랑에는 환상을 갖고 결혼은 계산을 하지만 잠자리는 제한이 없는 자유를 즐기며 산다.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은 이미 집과 차가 종교가 되었고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진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무너진 꿈을 할부로 구입한 외제차로 메꾸고 그 차를 연인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업그레이드된  자신에 만족해 한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사랑도 경제적이고 계산적이어야 한다는 공식이 함께 등장한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갖고 무슨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차를 모는지가 선택의 조건이고 그에 앞서 키 크고 잘생긴 외모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결혼은 집과 차, 부동산이 명제라는 공식이 성립하는데 여기서 사랑이란 감성이 배제된다면 기본이 없는 명제와 공식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이 전제되면 공식은 성립한다 할 수 있겠지만 결혼이란 결코 공식과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는 대사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 사랑도 결혼도 못 한다는 것은 화패의 무게로 세상을 판단하는 자들의 기준이며 가정이라는 책임을 거부하는 연애지상주의의 합리화일 뿐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에도 정보는 넘쳐났고 컴퓨터 키보드가 없던 시기에 세계의 명작은 헤아릴 수 없이 탄생했다.

아무리 청년이 에로스가 화패로 바뀐 세상이지만 사랑은 개인이 하는 것이고 결혼은 둘이 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말은 목수가 연장 탓을 하는 것보다 더 유치한 변명이며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 사회 탓으로 돌리고 시대를 원망하는 사람들에게 예쁜 여자, 멋있는 남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젊음의 매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고 사랑의 힘은 위대한 법이다.

언론과 방송에서 희망이 차단된 젊은 세대를 강조하는 시기이지만 결혼은 둘이 함께 만드는 과정이다. 

모든 조건과 경제적 안정을 갖춘 커플은 극히 소수이고 결혼정보회사가  연결한 환상의 커플도 따지고 보면 정략결혼과 동일한 것이다.

상대의 아픔도 사랑할 수 있는 관계가 연인이며 굴곡진 인생을 함께 헤쳐 나가는 커플이 부부이다.

이혼하는 부부의 사연은 많고 부부간의 문제는 당사자밖에 모르는 일이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은 어떤 경우에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결코 풍족한 세상을 살지 못했지만 풍요로운 세상을 물려주셨다.

어느 시대에도 어려운 시기는 있었고 현명한 세대가 오늘을 만들 수 있었던 힘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가정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감성이고 개인의 몫이며 결혼은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함께 늙고 싶은 사람과 평생을 같이 사는 게 결혼이라면 결혼은 평생을 함께 하자는 계약이며 계약은 책임이 따르는 약속이다.

가족을 책임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 결혼을 못 하는 것일 뿐 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한다는 말은 능력 없는 사람들의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소유의 양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사람의 액면가가 매겨지는 세상이라 해도 불변의 가치가 사랑이라면 긍정의 세상은 결코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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