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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메아리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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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Nov 26. 2021

보기만 해도 미운 사람

증오의 대상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

자신과 친분도 없나쁜 소문을 들은 적도 없는데 그 사람만 보면 기분이 나쁘다.

특히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면 하루 종일 재수가 없을 것 같다.

생긴 것도 싫고 목소리도 듣기 싫다.

그 사람은 생각 조차 하기 싫다.


이렇게 살다 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유독 미운 사람이 드물게 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미운 이유는 반드시 있고 미운 이 박힌 계기는 있기 마련이다.

싫다는 감정은 자신과 상관이 없는 대상이어도 정형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방해하는 외견 상 특징이 시각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 사람의 외모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그 사람을 보게 되면 기분이 상한다.

싫어하는 대상은 연예인이나 스타 또는 정치인과 같이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이 미움의 대상인 경우도 있다.

싫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원인을 보면 확실치 않아도 대부분 나쁜 기억과 연관이 있고 의식, 무의식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가 깊게 각인이 되어 직접 보거나 연상이 될 때마다 불쾌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기억하고 싶은 일만 기억할 수는 없고 좋은 일보다는 상처로 남은 나쁜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생각과 기억은 단순하고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아도 연상되는 이미지는 시리즈와 같은 특징이 있다.

가령 자신에게 불쾌한 일이 있었다면 상처는 아니라 해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애써 잊어버리려 노력을 하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불쾌했던 감정은 점차 사라지지만 그때의 나쁜 기억은 뇌리에 부정적인 부분으로 저장된다.

스스로 잊어버리고 생각하지 말자는 노력은 사실 그 기억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만들고 시간이 흐른 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해도 그 당시 인물의 이미지가 어떤 상황과 함께 연상이 될 때 특정 인물을 보게 되면 이유 없이 그 사람이 미워지고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의 모습은 당연히 나쁜 기억으로 남고 그 사람과 비슷한 스타일만 봐도 기분이 불쾌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지만 자신과 관계도 없고 해를 끼친 적도 없는 사람이 아무런 사유 없이 미워지고 싫은 감정이 드는 상황은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것과 같은  투사(projection)라고 말할 수 있다.

투사(projection)는 개인의 성격적인 특성이나 욕구불만을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심리적 현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과 같은 감정을 돌리는 방어기제이다. 자신의 심리적인 불만의 책임소재를 특정 대상을 향해 쏟아붓는 부정적 표출을 말한다.
의식하지 않아도 평소 싫어하는 사람에게 공연한 화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상이며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스타나 연예인도 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TV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그냥 채널을 돌려 버리면 되고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은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TV를 보면서 그냥 싫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인의 흉을 보고 욕을 하는 상은 결코 정상적인 심리는 아니다.

이런 경우는 특정 정치인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심리와는 구별이 되는 것으로 정치인에 대한 증오는 자신의 사상과 정치적 관점에서 반대되는 입장이므로 아군이 아닌 적군을 미워하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연예인이나 방송인을 헐뜯거나 욕하는 심리는 단순한 취향적인 관점은 아니다.

이러한 심리는 공격하고 싶은 대상에게 내뱉는 카타르시스로 스트레스와 연결이 된다.

타깃을 설정하고 심심하면 공격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나름대로의 싫은 이유가 작용하면서 자신의 불만이 특정인에게 분출되는 것이다.

특히 마음이 불편할 때 더욱 심해지는데 이런 상은 샌드백을 치거나 과격한 운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

억압된 감정이나 스트레스는 해소되어야 하지만 욕을 하거나 흉을 보며 억눌린 감정이 분출되는 현상은 기분이 나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호르몬 코티솔(cortisol)이 분비되기 때문에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해가 된다.

화가 날 때 운동을 하면 생성되는  엔도르핀(endorphin)과 도파민(dopamine)과는 다른 호르몬이다.


누구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심리는 사회적 문제가 확산되는 현상도 증오의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양극화된 사회의 갈등은 많은 사람이 적을 양산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욕구불만이 증가하게 되고 투사(projection)의 대상을 쉽게 설정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구체적인 동기와 이유는 있다.

누구를 미워하게 되는 원인은 사소한 일이어도 감정을 건드리는 접촉이 있었거나 예의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자신이 아주 싫어하는 스타일이 그 사람의 모습인 경우 또한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정말 싫어하는 이미지가 그 사람으로부터 전달되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부문은 부정적인 감정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단 싫어진 감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구에게 미운 털이 박히면 시간이 갈수록 그 사람을 더욱 미워하게 되는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부정적 효과(Negativity Effect)라고 하는데 부정적 효과는 나쁜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확대되고 진행될 수 있는 부정의 부정인 마음을 뜻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인 간의 사랑하는 마음도 변하기 마련이고 사람의 감정은 일률적일 수 없으므로 감정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부정적 감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되는 속성이 있다.

싫은 감정이 미움에서 증오로 변하고 혐오감으로 발전하면 사람을 공격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증오라는 몹쓸 감정이 진화하는 과정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으며 확실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 자리를 잡으면 불편한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직장이나 주위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을 겪어야 한다면 언짢은 기분을 감당하며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복잡 다양한 세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며 살 수는 없다.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상대와의 마찰 또한 감당해야 한다.

때로는 상충되는 의견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상대를 미워하고 증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움과 증오는 무엇보다 자신의 정서를 파괴하는 주범이고 누구를 미워하는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긍정적인 사고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대립과 증오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대립은 반대의 주장이 마주하는 상황이며 대표적인 예로 정치 진영 간의 의견 대립은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도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공격이 난무하는 진영 간의 싸움은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폭력과 동일한 것으로 음해와 비방, 허위사실 유포와 문자 폭탄과 같은 부정적 현상은 모두 증오로 촉발된 갈등이 확대된 것이다.

과거의 나쁜 기억이 특정인에 대한 증오로 나타나고 무의식의 작용으로 연상이 될 때 지난날의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은 상처로 새겨지면 세월이 흘러도 소멸되지 않고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구약성경에서 노아의 할아버지 므드셀라는 969살까지 살았던 인물로 전해지는데 므드셀라는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좋은 기억만을 회상하며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그의 이야기에 이름을 명명한 심리현상을  므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라 하는데 므드셀라 증후군은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떠올리려는 심리를 뜻하는 것으로  나쁘게 헤어진 사람도 좋은 사람으로 승화시키려는 심리도 포함이 된다.

그러나 므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에 집착하는 퇴행성 도피의식이라는 평가로 귀결된다.

현실에 만족할 수 없는 자신을 추억으로 달래려는 부정적 심리라 정의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나쁜 생각보다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은 긍정적 사고의 모태가 되고 부정적 사고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긍정의 의미는 미래 지향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념과도 연결 지을 수 있으므로 과거에 집착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면 과거의 좋은 기억을 생각하는 심리를 부정적인 퇴행성 현상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대기와 물은 천문학적인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주고받는 엄청난 상호작용으로 움직이며 양과 음의 조화에 따라 자연의 순리를 이룬다. 사람의 관계와 작용도 자연의 섭리와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은 긍정으로 부정적인 것은 부정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며 미움과 증오는 동서양이 동일하게 종교적 의미로 죄악으로 규정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란 뜻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미움과 증오는 한 치의 정당성도 부여할 수 없는 영혼의 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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