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유적에 살다

by 서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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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안 웨이를 따라 걷다가 마주하는 옛 고대도시의 흔적. 처음 이런 유적을 볼 때는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점점 반복 됨에 따라 ‘다 거기서 거기네’라는 생각이 들다가 급기야는 ‘이런 다 부서진 것을 뭐하러 보러 온 건지’하는 자조적 실망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순환이 한 바퀴 돌자 또 다른 시각에서 유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바닥의 블록 양옆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기둥이었던 것’이 늘어서 있다. 무너진 기둥 옆으로 다가가 “여기서 과일 같은 거 팔고 그랬을려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막혀있던 상상력과 염세적인 생각이 트이기 시작했다.


부서진 기둥은 어느새 이전의 튼실한 모습을 되찾으며, 싱싱한 과일들과 각종 소품을 진열한 상점이 생겨나고, 거리엔 하나, 둘 사람들이 늘어나다가 어느새 복닥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른들 사이를 뛰어 다니고 상점 주인들은 소리치며 물건을 홍보한다. 난 거리 가운데서 빙글 돌며 사방을 훑어봤다. 그리고 하 나씩 상상의 요소를 추가했다. 내가 당장 먹고 싶은 통바비큐를 굽는 아저씨, 유리병에 가득 담긴 포도주를 파는 아리 따운 아가씨, 새장에 알록달록한 새들이 가득한 상점, 바닷가의 조개들을 주워다 돗자리에 깔아 놓고 파는 아이들까지.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 죽은 마을의 폐허더미라 생각했던 곳이 판타지 세상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물론 나의 상상 속의 복원은 고증을 거치지 않은 ‘내 맘대로 세상’이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이 황폐한 곳을 흥미롭고 활기찬 곳으로 바꿔놓지 않았는가?


이후에도 다른 유적에 도착하면 나는 상상력을 끌어올려 활기가 넘쳤을 옛 시절로 돌려놨다. 원형극장에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 중무장을 한 채 말을 타고 마을을 도는 기사들, 카펫의 먼지를 터는 아낙네들, 원형 나무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발 가는 곳, 시선이 닿는 곳, 하나하나 생명을 불어넣다 보면 더 이상 황폐한 유적을 도는 게 지겹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흥미를 갖고 유적을 둘러보니 처음에 보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다 같은 문양이라 생각했던 게 조금씩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음을, 유적에 새겨진 인물의 표정 또한 다양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이 한번 트이자 리키안 웨이를 처음 시작하며 유적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결국엔 열린 마음, 긍정적인 사고가 견문을 넓히고 똑같은 장소와 시간을 더욱 알차고 즐겁게 보내는 법임을 배우게 되었다. 혼자 놀기 마스터가 되고 싶다면 리키안 웨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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