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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스타 Apr 24. 2023

02. 안나푸르나행 버스

트레킹 일지 Chap.3 하늘을 향한 길, 안나푸르나 트레킹


 네팔에 도착한 다음 날 바로 안나푸르나 입산 허가증과 TIMS를 만들기 위해 사무소를 찾았다. 센터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오리고, 붙이며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비용은 꽤 비싼 편이었는데, 거기에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1달러를 더 높여 부르는 직원. 따져 물으려다가 지난한 말다툼이 예상 돼 그만뒀다. TIMS 카드를 받으니 '산티아고 순례길' 여권을 받을 때의 향수가 살아나면서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봉긋 솟았다. 

 

 그대로 산을 향해 돌진하고 싶었으나 유적탐방 및 새 나라에 대한 적응도 할 겸, 다음날까지 쉬고 나서 안나푸르나를 향해 떠났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뚫고 ‘베시사하르(Besisahar)’행 버스에 올라탄 아침. 거사를 앞두고 쉬이 잠들지 못한데다가 이른 아침 깨어난 탓에 쉼 없이 울리는 도로의 경적과 어깨가 접히고 무릎이 앞 좌석에 찧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잠에 빠져들었다(수면욕의  힘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면욕이 채워지고 눈을 떴을 때 내 몸과 얼굴은 반사적으로 창을 향해 쏟아졌다. 

 

 날카롭게 솟은 푸른 산과 굽이굽이 산을 따라 이어진 길. 그 위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버스. 그리고 계단식 밭과 마을까지. "어떻게 이런 곳에?"라는 생각이 드는 길과 마을. 그저 놀랍고,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마을을 지나치며 보는 사람들 모두 부지런히 일하고 있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창밖을 구경하는데 여기저기서 간간이 고통을 토해내는, 말 그대로 토하는 소리가 버스 안을 채웠다. "꾸웨에엑!" 역시나 인생은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만들어진 세상이라. 이 믿기 힘든 풍경을 보기 위해선 나의 무언가를 받쳐야 하는 법. 다행히 그 제물 이 내가 아님에 감사했다. 


 그렇게 환희와 고통 속에 도착한 베시사하르. 첫 TIMS 사무실에서 도장을 받았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가슴에도 각오와 설렘, 약간의 긴장이 찍혔다. 내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거친 ‘산티아고 순례길’과 ‘리키안 웨이,’ 이 외 여행의 경험치가 안나푸르나 산행을 어떻게 이끌어 줄지 기대가 된다. 드디어 시작이다! 정말 길고도 긴 기다림. 무려 이를 위해 3개월 동안 메고 다닌 배낭 속 패딩처럼 안나푸르나를 향한 나의 갈망도 뛰쳐나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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