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이 욕창 드레싱을 하고 있던 어느 주말당직날,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을 정도로 빤히 쳐다보시던 요양보호사분이 내게 물었다.
" 짝꿍이요? "
짝꿍? 짝꿍이 뭐였더라?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거의 써본 적이 없는 짝꿍이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하느라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짝꿍이라.. 룸메이트를 말하는 건 아니겠고.. 인턴 동기들을 말하는 것도 아니겠고.. 혹시..?
" 아 혹시 여자친구 말씀하시는 건가요? "
" 어어 애인 있으세요? 없으시면 내가 좋은 사람 소개해줄게요 "
출처 : 매일경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선생님들 대부분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병원에 계신 수많은 환자분, 보호자분, 혹은 요양보호사분들 가운데 중매를 즐겨하시는 분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나이가 젊다. 수능부터 의대졸업까지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달려왔다면 26살, 고등학교를 조기졸업을 했거나 빠른 년생인 경우 25살에 인턴을 시작하게 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아서 인턴의 나이대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학생의 티를 벗은 어엿한 직장인이겠다 너무 어리지도 너무 나이가 많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이겠다 또 추레한 머리에 다크서클이 턱까지 깊게 내려온 얼굴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려주는 가운의 후광효과(?)까지 괜찮은 젊은이가 어디 없나 호시탐탐 물색하시는 중매인들의 눈에는 인턴들이 꽤나 매력적인 후보(?)군에 속하는 듯하다.
출처 : 데일리메디
만약 인턴이 의료인이 아닌 사람과 소개팅을 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과연 인턴과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취미가 뭐예요? 열에 아홉은 바빠서 취미생활을 할 시간이 없다 한탄을 할 것이다. 아니면 낮잠자기 거나 넷플릭스 혹은 유튜브보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특수한 경우에 논문 읽기라고 할지도? (아직까지 나도 본 적은 없지만 간혹 존재한다고 들었다)
직장생활은 어떠세요? 이 질문을 꺼냈다면 일단 맞장구 쳐주는 걸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맞장구를 잘못 쳤다간 꼼짝없이 3시간 동안 병원생활이 힘들다는 말을 아주 구체적으로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마치 소개팅에 나온 사람이 본인이 군생활을 얼마나 힘들게 했었는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술기가 어떻냐느니 수술방이 어떻냐느니.. 공감이 안 되는 이야기를 신나게 이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술 좋아하시나요? 100명 중 99명은 그렇다고 대답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 주 88시간씩 일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방법이 술 마시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되기가 쉽지 않다. 술 마시고 왁자지껄 떠드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니까 재미있는 취미가 뭐가 있나 알아보다 보면 어느새 출근시간이 되어버리기에 자의로 타의로 술 마시는 것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한껏 풀고 다음날 6시까지 출근하는 것이 슬픈 우리 인턴의 일상이다.
출처 : 에포크타임스
생각해 보면 남들 놀 시간에 그 재미없고 공부를 꾸역꾸역 해서 의대에 들어갔고, 또 그 안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꾸역꾸역 공부를 했다. 평범하고 단조롭지 않기가 힘든 환경에 늘 노출되어 왔고 지금은 학생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바쁜 인턴일을 하고 있다. 인턴이 되기까지의 루트는 본인의 삶을 다채롭게 꾸며가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 물론 케이스바이 케이스, 사람바이 사람이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멋지고 독창적인 선생님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당신이 독특하고 색깔이 뚜렷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소개팅상대가 인턴이라면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확률이 꽤나 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