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리골드 Aug 28. 2022

왜 나에게 암이 찾아왔을까?

동네 병원에서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바로 대학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추가 검사를 한 그날부터 결과를 듣기 직전까지 암이 아니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의사가 '암입니다.'라고 말을 하는 순간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수술 날짜를 정해야 했다.

정신을 좀 차리고 나니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고 한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착하게 살아온 나에게 왜 이렇게 큰 벌을 주는 거야!'

안 그래도 수술, 치료비,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인데 문득문득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힘들었다.

암은 벌이 아닌 신체에 생긴 병일 뿐이라며 나 스스로를 계속 설득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런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벌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사라지자 다음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왜 하필 나에게 암이 찾아왔을까?

암은 워낙 종류가 많아서 어떤 암이냐에 따라 원인이 다르지만 공통적인 요인들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공통적인 암의 요인으로는 과도한 음주, 흡연, 잘못된 식습관, 유전, 발암 물질이 많은 음식 섭취,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있었다.

나는 술, 담배를 전혀 안 하며 비교적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 중에 암에 걸린 분이 안 계셨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가 남는다.

바로 스트레스였다.

생각해보니 암 진단을 받기 1~2년 전쯤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물론,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고 산다. 나 또한 암 진단을 받기 훨씬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스트레스 받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때와 같은 스트레스는 처음이었다.

머리가 아픈 동시에 가슴에서 열이 나면서 김이 목까지 차는 느낌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으면 김이 오르는 것처럼 가슴에서 목으로 김이 올라와서 목이 타는 것 같았다. 그 전에도 그 이후로도 아무리 스트레스 받아도 그런 현상이 없는 걸 보면 그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 것 같다.

그때의 스트레스가 암에 걸린 결정적 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그때 이렇게 저렇게 했다면 그렇게 극심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부질없는 것 중 하나가 지나간 일에 대해 여러 가지 가정을 대입하며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부질없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내가 암에 걸린 중대한 이유가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암 진단을 받고 나면 나와 비슷한 생각의 과정들을 거칠 것이다.

왜 하필 내가 암인지 원망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암에 걸린 원인을 찾을 것이고, 그 원인에 대한 행동이나 습관을 후회할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며 치료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는 건 최악의 행동이다.

암의 원인은 의사도 100% 밝혀주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추측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니 후회는 그만하고 치료에만 집중해야 한다.

인생에 IF란 없다. 지난날에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된다. 말이 쉽지 어렵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일은 반성하되 내 안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치료를 잘 받고,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는데 집중하는 게 암 진단 후에 할 일이다.

고통스러운 이 힘든 시기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그러니 더 이상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이전 04화 보험 없으면 아니되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