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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Mar 30. 2022

암환자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말

암 진단을 받게 되면 대부분 가족에게 가장 먼저 알린다. 그다음으로 친구, 지인 등 가까운 순서로 소식을 전하며 일을 하고 있다면 원치 않아도 치료 때문에 직장에 알려야 한다.

관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응들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는 많이 놀라고 그다음 걱정하며 위로해주고, 힘낼 수 있는 말들을 해준다.

모두 진심으로 걱정하며 하는 말이지만 그 시기의 암환자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내가 암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순간에도 믿기지 않으며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다. 그리고 착하게 살아온 나에게 왜 암이라는 병이 찾아왔는지 세상 모든 게 다 원망스럽고 싫다.


새 직장에 입사하면 적응 기간이 필요하듯이 암도 내가 암환자임을 인정하기까지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그 기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수술, 항암 등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될 때쯤 암환자임을 확실히 인지하게 된다.

지금은 '암 진단'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대부분 '암 선고'라는 말을 썼다.

그만큼 생존과 직결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하지만 의료 발달과 국가 검진 등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치료를 빨리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암 치료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어서 생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예전만큼 무서운 병은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치료 후 전이가 되는 경우도 있고, 완치 후에도 재발이라는 걱정을 평생 한편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암환자들이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요즘 암은 암도 아니래.'이다. 암환자에게는 생존율이 높은 암이건 초기이건 상관없이 암 진단 자체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게 하려는 말인걸 알지만 그래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특히, 갑상선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 비해 치료과정이 수월하고, 완치율이 높은 편이라 저 말을 가장 많이 듣는 편인데 암인 건 마찬가지이다.


암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로 '힘내!' 또는 '괜찮을 거야.' 등이 있다. 이 말들은 듣기 싫은 건 아니지만 크게 힘이 되거나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럼 암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암환자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대체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암환자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은 없다.

내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가족, 친구, 지인 등 수많은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들었지만 크게 위로가 되지 않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챙겨줬던 마음들은 다 기억하고 있으며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암환자에게 가장 큰 위로는 어떤 특별한 말이나 행동이 아니다. 다시 건강해지길 바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충분하다.

가까운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평소보다 좀 더 따뜻하게 대하며 곁에서 긍정적인 말로 격려하고, 그 사람이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게 가장 위로가 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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