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심장, 10만 번의 나선

반복 속에서 새겨지는 청춘의 결

by 이룸 eroom

오후 3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나는 시오지리 공장의 문을 열었다. 오전과 달리 공기는 무겁고 절삭유 냄새는 더욱 진했다.

부장은 나에게 기계 한 대를 넘어 두 대를 동시에 맡기는 파격을 허락했다.


그의 '시스템 체크리스트'와 오류를 잡는 비법은 나를 야간작업의 마스터로 만들어 주었지만, 동시에 육체를 두 배로 몰아붙이는 가혹한 족쇄이기도 했다.


기계 한 대마다 네 개의 부품. 나는 왼쪽 기계의 알루미늄을 깎는 비명을 듣는 동안, 오른쪽 기계에 새 부품을 끼웠다.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척추를 거쳐 뇌까지 전달되면, 기계와 내가 하나의 회로로 연결되었음을 느꼈다.


디지털 수치가 0.01mm의 오차를 표시하기 전, 손바닥은 이미 불량의 예감을 읽었다.


"하나, 둘, 세 번의 조임."


툭, 걸리는 저항감. 손가락 마디마다 각인된 이 리듬은 하루 700회, 한 달이면 1만 7천 번을 반복했다.


6개월 동안 내 손이 조여야 할 나선은 무려 10만 번. 기계 금속음과 내 호흡만 남은 밤, 나는 부장 집에서 본 화려한 기차 모형과 인공 폭포를 떠올렸다.


환상은 그곳에 있었고, 현실은 내 눈앞의 차가운 절삭유와 은빛 금속 파편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었다. 고립된 노동 속에서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체인을 만지던 소년의 손끝이, 이제 세계적인 카메라 렌즈 부품을 빚는 장인의 손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손등, 내 손에 새겨진 0.01mm의 결벽. 부장에게 배운 '기계의 언어'를 이해하며, 나는 더 이상 기계에 끌려 다니는 부속품이 아니었다.


두 대의 심장을 지닌 기계를 조율하는 지휘자였다.


자전거로 돌아가는 길, 나는 부어오른 손마디를 쥐었다. 10만 번의 나선을 향한 여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나선의 홈마다 청춘의 기록이 정밀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내일도 다시 0.01mm의 결벽과 싸워야 하지만, 이미 내 손끝은 미래의 공간을 설계할 단단한 기초를 기억하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 < 시오지리와 사사츠카: 0.01mm의 유학> 연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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