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예민함, 자전거와 기계 사이
나가노현 시오지리의 겨울은 단호하고 비정했다.
내 기숙사는 언덕 위 낡은 2층 목조 연립주택의 가운데 칸이었다. 새벽마다 1층 공용 공간에서 자전거를 끌어낼 때면, 핸들 바에 맺힌 서리가 날카로운 가시처럼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공장으로 향하는 논밭 길은 끝이 없었고, 페달을 밟을 때마다 체인은 비명 같은 마찰음을 냈다. 그 서늘한 통증만이 내가 곧 뜨거운 기름의 세계로 들어갈 신호였다.
나의 유일한 이동 수단은 낡은 자전거 한 대였다. 일본의 비싼 수리비는 가난한 유학생에게 감당할 수 없는 사치였다. 체인이 엉키거나 타이어가 펑크 나면 차가운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마다 내 손을 움직이게 한 것은 어린 시절, 이모부의 자전거 수리점에서 어깨너머로 훔쳐봤던 기억이었다. 기름때 절은 체인을 잡아당기고, 펑크 난 튜브를 능숙하게 때우는 감각. 그 손끝은 시오지리의 아침을 견디게 했다.
공정은 가혹했다. 카메라 렌즈를 지탱하는 초정밀 알루미늄 부품 가공에서 장갑은 금기였다. 머리카락 한 가닥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0.01mm의 세계. 맨손만이 기계의 진동을 읽고 부품의 결합을 감지하는 유일한 측정기였다. 기계 안에서는 투명한 절삭유가 폭포처럼 쏟아졌고, 나는 매일 아침 내 생생한 맨손을 그 장막 속으로 밀어 넣었다.
기름은 피부 위에 머무르지 않았다. 모공 깊숙이 파고들어 제 영토를 구축했다. 퇴근 후 화장실에서 거친 수건과 독한 비누를 서너 번 사용해도 손등의 벌겋고 금속 냄새 섞인 잔향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언덕 위 기숙사로 향하는 길, 손을 내밀면 지워지지 않은 기름의 잔량이 영하의 냉기와 만나 반질거리는 은박지처럼 번뜩였다. 뱀이 허물을 벗다 만 잔해 같기도, 미꾸라지를 움켜쥐었을 때 남는 끈적한 흔적 같기도 했다.
그 은박지 같은 광택은 노동 한복판에서 기계와 한 몸이 되어 보낸 시간의 낙인이었다. 자전거 핸들을 잡았던 내 손등은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며 내가 누구인지를 증명했다. 비누 향기는 사라져도, 살갗 아래 새겨진 기름의 잔향은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코끝을 맴돌았다.
나는 체인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차갑게 식어가는 은박지 같은 손으로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 나의 유학생활은 그렇게 0.01mm의 결벽과 비릿한 기름 냄새 사이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 < 시오지리와 사사츠카: 0.01mm의 유학 > 연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