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의 성채, 그리고 나만의 열쇠
시오지리 공장의 부장은 사장의 친척이었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둔 그는 겉보기엔 평범한 중년 관리자였지만, 휴무일 초대받아 간 그의 집은 경이로웠다.
평범한 2층 목조 주택의 현관을 지났을 때, 나는 그가 구축한 거대한 ‘내면의 영토’와 마주했다.
2층 전체가 아이들을 위한, 아니 사실은 부장 자신을 위한 거대한 놀이터였다. 방 안을 가로지르는 모형 기차, 디즈니랜드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 인형, 정교한 로봇들. 그가 쏟아부은 비용은 웬만한 차량 한 대 값을 훌쩍 넘었다.
부장은 그 환상의 공간 속에 아직 메워지지 않은 ‘미완의 틈’을 보여주며 제안했다.
"이룸, 여기를 함께 완성해 보지 않겠나?"
나의 담당은 FRP(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를 이용한 인공 폭포와 물레방아였다.
자전거를 고치고 도면을 그리던 손끝이 이번엔 정교한 모형의 질감을 빚어냈다. 물길을 잡고, 수압을 계산하고, 폭포의 낙차를 설계하는 과정은 공장의 반복적인 기계 노동과는 또 다른 희열이었다.
마침내 물레방아가 돌고 인공 폭포의 물줄기가 성채를 적시자, 부장은 아이처럼 기뻐하며 내게 ‘비밀의 열쇠’를 건넸다.
그것은 공장 기계의 시스템 오류를 잡아내는 부장만의 노하우였다. 기계가 멈췄을 때 확인할 체크리스트, 디지털 수치가 잡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진동의 원인, 시스템 전체를 꿰뚫는 마스터의 기술.
오전에는 학교, 오후 3시부터는 공장. 야간작업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나에게 부장의 노하우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빠르게 기계의 생리를 파악했고, 한 대를 넘어 두 대의 기계를 동시에 돌리는 ‘멀티 오퍼레이터’의 영역에 들어섰다.
자전거 수리점에서 배운 투박한 손기술은 부장의 장난감 방을 거쳐, 이제 시오지리 공장의 정밀 기계를 장악하는 힘이 되었다.
밤은 깊어졌지만, 두 대의 기계가 뱉어내는 규칙적 리듬 속에서 나는 조금씩 이 이질적인 땅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 < 시오지리와 사사츠카: 0.01mm의 유학> 연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