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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핸 Jan 04. 2023

평양 도시 건축 리모델링

정답은 독일 도시들 특히 베를린에 있다

       우연히 평양의 거리 사진을 다시 보다가 항상 떠올리듯이 동베를린 구역에 다수 차지하고 있는 건축 양식하고 매우 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베를린에 위치한 한 대학교에 입학서를 받은 후, 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동안에 새로 살 집을 찾아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이왕 학업에 제대로 전업할 거면 시내로부터 거리가 멀더라도 학교로부터 가까운 집을 구하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예상했었다. 다행히 얼마 뒤 동쪽에 위치한 지역에서 좋게 연락을 받게 돼 입주 전 집을 보러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유럽의 전형적인 층수가 낮고 창문의 길이가 긴 전통주의적 건물들이 주로 보였다가, 점차 시내로부터 떨어질수록 층수 그리고 창문 개수도 훨씬 많은 아파트들이 체감될 정도로 많이 볼 수 있었다. 심지어 B존 끝(베를린의 대중교통 운행 기준 도시 구역은 A, B, C로 크게 나뉘어 있다)쯤에 가게 된다면 이런 아파트들이 다양한 패턴 그리고 색을 지닌 채, 아예 단지로 크게 구성이 되어 그 개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한 문장으로 비유하자면, 처음에는 한국이었다가 왠 갑자기 북한이 나왔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아니면 한강의 기적이 시작될 시기에 지어진 장미아파트나 잠실 부근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들의 모습 하고도 닮았다.




독일 베를린 구 동독 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들 ⓒ Zeit, tip Berlin.de





       이렇게 대조되는 도시 분위기 속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위에 언급한 사회주의적 철학을 담은 건물들이었다. 심지어 이런 건축 양식들을 통틀어서 부르는 명칭조차 있는데 독일어로 Plattenbau라고 주로 부른다. 그리고 대다수의 건물을 디자인한 사람이 놀랍게도 Wilfried Stallknecht 인 분단 당시 동독(DDR)에서 활동하던 건축가 한 명이라는 사실에도 한번 흥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베를린 동북쪽으로 올라가게 되면 서쪽과는 다르게 우리가 미디어로 보던 북한의 거리 모습하고 흡사하다는 걸 매번 느끼게 된다. 과거 2차 대전 몰락 뒤 소련과 서방의 분단통치를 받게 된 영향으로 동서 쪽 어디 가냐에 따라 모든 면에서 분위기를 다르게 가졌으므로 다른 도시에 비해 얼마 안 된 특이한 현대역사이기도 해 그 흔적이 아주 고스란히 남았다. 그래서 수많은 여행객들에 의하면, 처음에는 파리, 런던 그리고 이탈리아 도시들 때문에 베를린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갈 생각이 없었다가 클럽, 음악 그리고 미술 등 특히 예술의 도시로 점차 알려지면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다가 여행객뿐만이 아닌 각국의 거장 예술가들조차도 이곳에 본작업실을 이전시켜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Wilfried Stallknecht (좌), Oststadt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동독의 아파트(우) ⓒ 위키피디아




      예전에 어렸을 땐 평양에선 최신이고 최점단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공개한 아마 영향을 받았을 건축 양식들을 보고 형편없고 원시적이다 같은 비난이 담긴 시각으로 봤지만, 독일에 오래 거주 중이고 여러 나라를 여행해서 그런 진 몰라도 이젠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오히려 익숙해진 탓에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한국에서 크게 차지한 미래지향적 건축에 강하게 대비되어 더욱 눈에 들어오게 된다. 더 나아가 인민대학습당이랑 유사 건축물을 보게 되면 한국과는 달리 유럽처럼 전통성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해당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강하게 표출할 수 있게 돼 하나의 독보적인 아이덴티로 성장하게 된다. 실제로 유럽에서 실력 있고 유명한 건축가들 조차 북한의 건축 양식을 좋은 방향으로 평가한다. 하나의 예로 들자면, 2015년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아노 비앙키와 세르비아 출신 크리스티나 드라피치라는 두 건축가가 북한으로 방문해 다양한 건축물들을 찍어 '모델 시티 평양(Model City Pyoungyang)'인 사진집을 출판을 했었다. 책 관련 인터뷰에 따르면 평양에 방문할 당시 '이상한 아름다움'음 느꼈다고 하는데, 이는 북한의 사회주의적 성향 때문에 도시 계획, 용적률 등 남한과는 다르게 일관적인 비전으로 완벽하게 짜인 구조였다고 한다.




'모델 시티 평양' 북커버
모델 시티 평양 책에 첨부된 사진들 ⓒ Dezeen.com



일반적인 평양의 아파트 모습들



      베를린은 실제로 분단 영향으로 다른 독일 주요 도시에 비해 gdp가 낮아 주민들의 실생활의 수준은 구 서독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두 자치구의 기업의 개수를 비교해보면 동독 지역엔 거의 크게 성장한 기업들이 없는 반면, 특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바덴뷔르텐베크르 그리고 바이에른만 해도 엄청난 다수 대기업들이 여기 출신이다. 이런 비슷한 이유로 통일 후, 북한 모든 지역을 지금 한국처럼 비슷한 수준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재개발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크게 제약이 걸린 일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우리는 70년이 넘어도 통일 안된 상태라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실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만일 한반도가 무난히 통일된다면, 너무 이상적이겠지만, 모든 건물을 철거 후 이미 한국에 있는 스타일 대로 재개발을 진행하는 것보단 베를린 같은 포지션으로 일부 개발, 즉 구역을 조화롭게 섞어서 색다른 관광도시 혹은 다른 주요 목적을 가진 도시로 가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상상 해본다 (베를린=평양 / 프랑크푸르트=서울). 평양은 이미 알다시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아예 개발이 되지 않은 빈 공간과 건물들이 (류경호텔) 많아, 모든 구역을 메꾸려고 하는 것보다는 공원이나 그린존으로 커버해 경제적인 면에서도 조금 절약할 수 있는 계획으로 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봤다. 실제로 베를린의 면적은 서울 보다도 조금 더 큰 편이지만, 개발된 면적에 비해 그린존의 비율이 높아 탄소 배출량이 적은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위에 모든 내용들을 정리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베를린 같이 문화적이고 힙한 도시로 재구성하자는 뜻이다. 차라리 다른 분야의 인재들이 (예술가 등) 쉽게 모일 수 있도록 인프라를 크게 조성하는 게 딱일 지도 모른다.





서울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과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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