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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Pierrot Nov 21. 2016

카푸치노 (Cappuccino)

카푸치노는 모름지기 거품이 핵심이다.  우유가 담긴 스팀피쳐를 약 30도 가량 기울인다. 스팀완드의 노즐을 우유에 찔러 넣는다. 우유가 사방에 튀면 너무 얕게 담근 거다. 반대로 쿠우우우- 하는 굉음이 나면 너무 깊숙히 박은 거다. 치이이익- 하는, 우유에 공기가 주입되는 소리가 맛깔나게 들려야 한다. 그래야 우유가 데워지면서 공기가 잘 주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만드는 과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에스프레소 한 샷을 커피 잔에 따르고 그 위에 스팀우유 그리고 나머지 1/3을 입자가 고운 거품으로 덮는다. 거품의 농도가 가장 중요한데, 너무 진하면 라떼와 별 차이가 없고, 그렇다고 입자가 너무 거칠면 비누거품처럼 커피 위에 둥둥 떠서 커피와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논다. 잘 만들어진 카푸치노의 첫 한 모금은 'XX'처럼 부드럽다. 


독일에서 생활하며 생긴 습관(혹은 고집)들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거다. 5년 간 계절 불문하고 뜨거운 커피만 마시다보니, Iced Americano는 커피 같지가 않다. 커피는 입으로 마시기 전에 먼저 코로 마시는 음료다. 추출되자마자 차가운 얼음물과 섞이는 커피는 피기도 전에 목이 잘리는 장미와 같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아메리카노 대신 카푸치노를 마신다. 카푸치노는 사실 아침에 주로 마시는 커피다. 아직 잠이 덜 깬 정신의 볼을 어루만져주면서 속도 든든히 채워준다. 쿠키 몇 개를 곁들이면 아침식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추운 아침, 따듯한 이불에서 힘겹게 기어나와 마시는 카푸치노는 또 다른 포근함이다. 몸과 마음을 따듯하게 덮어주는 포근함은 유일하게 가을에만 느낄 수 있다.  내가 카푸치노를 계절 커피라고 부르는 이유다.


잘 만든 카푸치노는 거품과 커피가 분리되어 있는 듯 하면서도 조화롭다. 한 모금만 마셔보면 안다. 커피와 우유거품이 엇비슷한 비율로 입 안으로 들어온다. 커피를 완전히 비웠을 때 잔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깔끔하다. 쉬운 듯 하지만 실제 좋은 카푸치노를 제공하는 카페는 드물다. 대부분은 푸석푸석한 거품이 찌꺼기처럼 남아있다. 이것들은 카푸치노가 아니다. 카푸치노 행세를 하는 라떼다.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매일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다. 카푸치노를 잘 만든다. 오늘도 거기서 카푸치노 한 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다 마시고 나면 거품 하나 없이 잔이 깨끗하다. 이 정도 퀄리티의 카푸치노를 만드는 카페는 흔치 않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에 계피가루만 뿌리면 카푸치노라고 생각하는 민족이다. 


나의 카푸치노 예찬은 독일에서 만났던 전 여자친구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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