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 (2)
김초롱
사방에 고여있는 향냄새
아빠는 흰 비닐 깔린 밥상 앞
노인네 조금만 아파도 금방 가시지 뭐
상복 모두가 거짓을 말한다
새로 떠 온 육개장이 차가운데
이상한 줄도 모르고
어떤 가족은 할머니의 사인을 몰랐고
모두가 옥죄었던 끈의 행방을 잊었고
나는 손끝으로 수두 흉터를 문지르는데
그때 붉은 수포 위에 고약을 바르던 손가락은
거칠고 뜨거웠던 늙은 손가락이었거든
이윽고
이 방에 피어나는 인센스 향
연필 하나 쥔 책상 앞
위로를 짓겠다고 소매 걷는다
웃기지 마
너는 연필을 버렸잖아
할머니의 번호도 없었잖아
오랜 유산을 지우고 싶었으면서 무슨
어쩌면 매번의 생애는
가짜 연필을 영원히 깎아대는 시절
흐려진 옛 흉터를 끝없이 파서
낡은 유산을 묻어두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죽은 향나무 아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