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5년 ~ 11년의 이야기
직책 요약 - 사원 : SW(S), 대리 : DR(D), 과장 : GJ(G), 차장 : CJ(C), 부장 : BJ(B)
야근 안 하는 개발자가 어딨을까?
우리 회사는 바쁜 상황도 많이 정리되고, 야근도 많이 안 하게 되었다.
세계 금융위기(2008년) 이후로 경기 침체가 와서 건축회사에 취직한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회사가 망하거나 재정이 안 좋아져서 월급이 밀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친구들도 월급 안 밀리고 따박따박 나오는 것만으로도 평균 이상이라며 나갈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그리고 신입부터 과장까지 올라온 우리들은 개발팀에서 중간 직책이 되어 두 파트를 나누어서 업무를 진행했다.
2015년에 과장에 진급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칼퇴 하는 이 회사만큼 안정적인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신입부터 과장까지 올라온 우리 독수리 오형제 중 네 명은 중간 직책이 되어 개발팀 메인들이 되어있었다.
진D는 퇴사하고 사이버 수사대 경찰 되어 제외
영D, 동D, 최D, 필자인 주D 네 명 다 GJ(과장)으로 진급하였다.
막내들인 이S, 박S도 DR(대리)로 진급하였다.
영G는 B2B운영 파트장이 되었고,
B2B운영 파트에 필자인 주G, 박D가 파트원이 되고
동G는 개발 SI 파트장이 되었고,
개발 SI 파트엔 최G, 이D가 파트원이 되었다.
재입사 이후 나는 팀장님이신 민B의 직속으로 업무를 진행하다가 파트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B2B운영 업무를 하게 되었다.
이때까지 막내들과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언 듯 술자리에서 들으면 이D는 개발도 잘하고 차기 에이스 소리를 들었고, 박D는 입사하자마자 SM(System Management, 운영 업무) 하여 개발 자체를 모른다고 파트장들은 막내 둘을 항상 비교를 했었다.
어느 순간 나도 편견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이D와 회원사 이관 관련 개발을 사이트별로 작업하게 되었고, 잘한다 잘한다 워낙 얘기를 많이 들어서 잘하겠거니 했는데 이D가 개발해 놓은 곳에 계속 오류가 발생했다.
소스를 전체적으로 보니 소스에 기교를 부린 게 보인다.
심플하고 깔끔하게 짜는 게 아니라, 나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를 어필하듯이 굳이 배열에 배열에 배열을 담아 던지려고 하니 값이 없을 때의 예외 처리도 안 해놓고, 데이터 분석도 안 한 것 같고 오류가 펑펑 터졌다.
소스가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강박이 있어 보이는 소스였다.
명확하게 담으면 그만인 거를 쓰잘머리 없는 퍼포먼스를 부려봤자 결국 오류가 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가르쳐 줬다.
그리고 박D와는 인사평가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직원들이 많아지니 직원 정보, 전자결제(품의서), 기존에 엑셀로 진행하던 동료 평가, 자기평가 들을 인사평가 시스템을 개발하여 통합할 예정이었다.
원래는 동G가 담당하는 개발 SI 파트에서 진행하는 게 맞는데, 바빠서 일정이 안 나온다고 하여 우리 파트(B2B운영 파트)에서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
영G는 일정관리, 개발은 나와 박D가 진행하기로 했다.
박D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둘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개발에 대해 알려주었다.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다 보니 박D가 개발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기대보다 훨씬 잘했고 충분히 자기 밥값은 하는 사람이었다.
박D는 파트장들에게 3년간 개발할 줄 모른다, 개발 언제 할래 이런 무시를 항상 당해서 개발을 하게 되면 무조건 잘해낼 거란 다짐을 계속했다고 한다.
내가 개발에 대해 전체적으로 설명한 부분을 바탕으로 퇴근하고 집에서도 계속 내 소스를 보고 공부하고, 모르는 건 구글 검색해서 개념을 이해하고 이번 개발 프로젝트 때 제대로 한방 먹이고 싶었다고 했다.
개발 일정이 밀린 적도 없고 (야근은 같이 좀 했지만..) 나의 소스 스타일, 쿼리 줄 맞춤까지 모두 똑같이 따라 하고 소스를 보면 마치 내가 코딩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소스, 쿼리 내가 알려준 그대로 구현했다.
박D에게 항상 강조했던 부분은 구글 검색해서 가져다 쓸 순 있지만 적어도 이해를 하고 써야 한다, 안되는 부분은 정확한 자기의 과정과 의도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나는 이걸 구현하려고 하는데 과정을 이렇게 저렇게 했는데 오류가 나는데 정말 모르겠다"라고 하면 봐주지만 구글에서 검색한 소스 덩그러니 붙여놓고 안된다고 하면 도움조차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막내들에 대한 명확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가 편견이 깨지는 케이스를 경험해 본 것 같다.
막내들과도 팀워크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사평가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동료 평가 화면을 개발할 때 거의 모눈종이처럼 평가 입력 항목이 빼곡하게 있었다.
DB(DataBase)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해당 화면은 DB보단 소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번 인사평가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나 또한 소스도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졸업했던 학교가 대학교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컴퓨터공학 초대 졸이지만 3년제여서 전문 학사가 아닌 4년제 학사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학점은행제보단 졸업한 학교에 편입을 하여 대졸 졸업장이 더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최G(나의 선배)에게 권유하여 같이 4학년으로 편입을 하였다.
지금은 야간 자체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가 편입했을 때는 야간반이 있어서
운이 좋게 4학년으로 편입하여 민B의 배려로 5시에 퇴근해서 야간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편입했을 때 제일 먼저 느낀 점은 살벌한 대학교 등록금이었다.
아버지께서 항상 등록금 내고 오시면 나에게 말씀해 주셨던 게 생각이 났다.
1년 치 등록금으로 거의 800만 원 정도 소비하니 아버지께서 내색을 덜하신 거구나 란 생각도 들었다.
특정 대기업은 자격 요건의 학력이 대졸이어야 하는 부분에 만족하고 싶었다.
자격 요건이라도 갖추고 싶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하면서 스펙업을 할 기회가 있다면 나처럼 꼭 했으면 좋겠다.
현재 대기업 소속 프리랜서로 일하게 된 것도 대졸 타이틀이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말도 안 되지만 회사 입장에서 말이 되는 부분인 점이 있었다.
필자와 막내들은 연봉 1800만 원부터 시작하였다.
막내들은 코스닥 상장을 하고 입사를 했지만 1800만 원에 들어왔다.
상장한지 5년 정도 유지하면서 회사 내부에서 코스닥 상장사 초봉에 대해 말이 많다며 초봉을 확 올려버렸다.
내 기억에서 초봉이 2800만 원, 대졸 이상이면 많이 받으면 3200만 원까지 책정한 것 같았다.
우리 과장급들은 이미 연봉이 4500만 원 정도여서 상관없었지만, 막내 대리들이 문제였다.
1800만 원에 시작해서 대략 경력 5년이 되어서 이제 3000만 원 초반 연봉인데, 신규 입사자랑 몇십만 원 차이가 나질 않았다.
아무리 시작 연봉이 틀리다고 하지만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우리 과장들도 팀장님 민B에게 이D, 박D 연봉을 상향 조정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고, 민B도 윗선에 계속 건의를 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이D, 박D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이 회사에선 희망이 없다, 신규 입사자랑 동일선상에 있는 게 자꾸 연타가 온다며 힘들어하다가 이D는 경찰시험을 보겠다며 먼저 퇴사를 하였다.
사이버수사대 경력 채용 관련하여 개발 경력 4년 이상이면서 정보처리 산업기사 이상 보유자(가끔 자격증 생략할 때도 있음)이면 시험이 가능한데 이D는 사이버수사대 관심 없고 경찰 쪽으로 가겠다며 퇴사를 하였다.
그 후 몇 달 안 돼서 박D도 이직을 알아보던 중 경쟁사로 이직을 하였다.
원래 퇴사할 때 동종업계에 3년간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하기 때문에 박D의 경쟁사 이직한 부분은 당분간 우리만 아는 비밀로 가져갔다.
우리 개발팀은 항상 자체 개발하면서 운영도 잘했지만 우리 회사는 영업 위주로 돌아가는 회사였으며 사장님 인식은 개발팀은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직원들이라는 안 좋게 보는 편견이 여전히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성장 중이라 생각했고,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막내들이 퇴사하고 나서 나 또한 이직에 대한 불씨를 키우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