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 갑자기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난다?
예전에 너희 엄마가 너 밖에서 혼자 살 때 겨울에 추울까 봐 이불 두 개를 한 땀 한 땀 꿰매서 너한테 전해 주라고 했을 때가 생각나.. 엄마는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셨어"
몇 달 전, 중학교 친구 민영이가 울면서 전화가 왔다. 내가 잊고 있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민영이가 대신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사자인 내가 덤덤하게 민영이를 달래 주었다
-2021.05.08-
재작년 어버이날은 전하지도 못할 편지를 몇 시간 동안 힘겹게 써 내려갔다.
고작 편지 한 통 쓰는 게 왜 이리 고통스러운지 심장에서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는 느낌이었다.
서론을 쓰기 전부터 너무 많이 울어서 흐린 시야로 오타가 난지도 모를 정도였으니까.
한 글자 쓰고 숨을 고르고 또 한 글자 쓰고 숨을 고르며 적어나갔다.
편지를 다 쓰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배달음식을 시켰다. 공허한 마음이 도저히 채워지지 않아 음식으로라도 채워 넣어야 했다. 코가 막혀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꾸역꾸역 입으로 욱여넣었다.
-2022.05.08-
작년 어버이날은 늦은 오후에 겨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마음의 허기 때문에 뭐라도 속을 채워야 했다. 이날 내가 선택한 메뉴는 부대찌개였다. 부대찌개는 평소에 찾아 먹지 않았던 메뉴인데 그냥 따뜻하고 푸짐한 걸 먹고 싶었다.
가게에 들어가니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부대찌개 1인분을 주문했고 빠르게 상이 차려졌다. 찌개가 끓으면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 손바닥을 대고 온기를 느꼈다. 그러다 문득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처량해서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펑펑 울었다.
오후 5시, 텅 빈 부대찌개집에서
뒤늦게 라면사리를 가지고 오신 사장님이 당황해하시며 말없이 식탁 한쪽에 올려두셨다.
콧물 때문에 코가 막혀 숨쉬기 힘든데도 그 많은 부대찌개를 밥까지 말아서 다 먹어 치웠다.
-2023.05.08-
올해 어버이날은 아침 출근길에 지나는 꽃집과 편의점 가판대에 색색의 카네이션들이 즐비하다.
카네이션을 보는데 심장 한쪽이 눌려 아리는 느낌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괜찮았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무던한 하루였다.
나는 오늘 울지 않았고 밥을 많이 먹지도 않았다.
7년 만에 눈물 없는 어버이날은 처음이었다.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엄마를 찾아가지 않았던 건
엄마를 마주하면 내 모든 게 무너져 내릴까 봐 두려웠다. 너무 아파서 들춰볼 자신이 없었던 거다.
상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엄마도 나처럼 아물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엄마 얼굴을 봐도 울지 않을 자신이 생기면 7년 동안 드리지 못했던 카네이션들을 모아 한 다발로 예쁘게 만들어 손에 들고 찾아갈 거다.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프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혼자서도 꿋꿋하게 잘 살아왔다고
그동안 죄송하고 고마웠다고 두 손을 마주 잡고 이야기할 거다.
그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오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