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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Dec 07. 2023

푸른 아우성(성교육 상담소)에 문을 두드렸다.

성폭력범이 된 아들(네번째 이야기)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들을 방으로 밀어 넣었다.

평소에 거의 사용한 적이 없는 회초리를 들고 따라 들어갔다.

"너 도대체 얼마나 큰 잘못을 한지는 알고 있는 거야?

도대체 그 여자가 왜? 뭐가 궁금했던 건데? “

격양된 내 목소리가 아이를 집어삼킬 듯했지만 아이는 요동도 없고 말도 없었다.


“말 안 해?"

"그냥 그 여자가 궁금했어요. 그냥 그 여자가..."

"왜 그 여자 벗은 몸이 궁금했던 거야?"

"아니요.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럼 니가 화장실에서 도대체 뭐가 궁금했다는 거야?"

"..."

"의자 잡아!"

나는 아이가 의자를 잡고 선 자세에서 엉덩이를 때렸다.

있는 힘껏! 이 체벌로 아동학대 신고가 되더라도 나는 아이에게 아이가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가르쳐야 하는 부모이기에 내 행동에는 정당성이 있다 생각했다.

그저 묵묵히 땀을 뚝뚝 흘리며 아이는 체벌을 당하고 있었다.

회초리가 부러졌다.

그리고 체벌은 멈췄고, 눈물범벅이 된 나는 방을 나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엇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건지, 왜 나는 그간 아이의 이런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던 건지.. 왜 여기까지 와버린 건지... 생각하며 자책했다.

그날 밤 아이 옆에 누웠다.

몇 번이나 잠자리 독립을 시도했지만, 늘 자다 깨서 부부 침실로 오는 아이라 아직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자고 있었다.

뭔가 어색했고 솔직하게는 두려웠다.

정말 이 아이가 궁금했던 건 뭘까? 여자의 벗은 모습이었던 걸까...

그 생각이 드니 소름이 끼쳤다.


아이는 4학년 1학기 동안만 신장이 10cm 가까이 자랐다.

2학년부터 4학년까지 거의 30cm가 자라서 지금은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키가 큰 편에 속한다.

갑자기 키가 크면서 2차 성징이 나타난 건가...

요즘 그렇지 않아도 말도 잘 안 듣고, 반항도 하고 그랬는데....


야동을 봤을까??

아이의 핸드폰은 2G.

전화받고 문자 보내는 것 외엔 음악 듣기밖에 되질 않는다.

집에서는 컴퓨터도, TV도 보게 되면 기록도 다 남고, CCTV가 있어서 그런 걸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친구들 폰을 빌려서 봤을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잠을 잔 건지, 눈만 감고 있었던 건지 모를 길고 길었던 밤이 지났다.

밤을 지내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침에 아이보다 6살 많은 누나에게 어제의 일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우리가 집에서 옷차림과 행동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해두었다.


나는 때마침 평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던 멘토님께 아이 학업 문제로 전화상담이 예약되어 있었다.

이 이야길 꺼낼까 말까 백 번을 망설였지만 사실 학업보다 더 큰 문제였기에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다.

멘토님께서는 아이의 갑작스러운 외적인 성장으로 그랬을 수도 있으니 전문가에게 성교육을 받아 볼 것을 권하면서 "푸른 아우성"을 소개해 주셨다.

그룹상담 말고, 꼭 개인 상담을 받을 것을 당부하셨다.


푸른 아우성... 들어본 것 같은데 뭐지 하며 찾아봤다.

아... 구성애 선생님이 하시는 거...

알고는 있었다. 내가 이렇게 그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아이의 상황을 기록하고 상담 신청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13년생 4학년입니다.(1학기 중입니다)

어제 아이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성인 여성을 따라 들어가서 옆 칸에서 변기 위에 올라가 쳐다보다가 여성분이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해서 경찰서로 연행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왜 그랬냐고 했더니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 시간 학원에 가는 시간이었는데 학원 중간에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하고선 학원 아래층에 있는 건물로 내려갔더라고요. 그리고 그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진술서와 반성문을 쓰고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너무 당황하기도 했고, 이 녀석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어서 많이 혼냈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려주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는 하는데...

아이가 학기 초에 비해서 거의 10Cm가량 키가 자랐습니다.

지금 160Cm 정도에 44kg 정도입니다.

키만 큰다고 생각했지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를 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ㅜㅜ

지금에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시작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 연령을 보니 4학년 2학기부터 가능한 걸 봤습니다.

과연 그러한 상담 같은 것도 도움이 될지 아님 집 근처에 아동심리 상담 이런 곳을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이틀 뒤 답글이 달렸다.

【아이의 행동에 너무나 당황스럽고, 그 행동이 법에 어긋나며 처벌로 이어지는 행동이기에 더욱더 불안과 걱정이 크실 거라 생각합니다.

우선 일반적인 성교육은 4학년 2학기부터 진행이 되고 있지만..

사안이 있는 상황에서는 상담이 가능합니다.

어떠한 행동을 결정하고 실행할 때는 항상 원인이 있기에 그 원인을 확인하고, 추동하게 하는 그 원인을 최소화하여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에..

어느 곳에서든 상담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드님을 비롯한 많은 아이들의 비슷한 행동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성의 몸에 대한 호기심에서 그럴 수 있지만 상담을 통해 확인되는 대부분은..

[외부적 자극 -> 호기심 -> 행동]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외부적 자극은 주변 형들이나 친구들이 하는 야한 이야기.. 주변 형들이나 친구들의 경험.. 다양한 미디어 기기와 환경에서의 음란물 노출.. 자극적인 콘텐츠.. 등등 다양하기에 상담을 통해..

아드님에게 어떠한 외부적인 자극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그러한 호기심적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상처를 남기게 되고, 그 트라우마가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주고 깨닫게 해야 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피해자의 상처를 공감하고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부모님이 그러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달해야 하고, 어렵다면 상담을 통해서라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일로 아이도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자각하고 더 좋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부모님과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아... 외부적인 자극... 뭐였을까...

아이도 많이 힘들 수 있었겠구나...

대면 상담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고, 남자 선생님께 받으려면 한 달 정도 대기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남자 선생님이 좋을 것 같아 대기하기로 했다.

외부적인 자극은 뭐였을까...

고민해 봤지만 딱히 답은 잘 나오지 않았다.

남편과 상의해서 아이의 에너지를 발산시켜 주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고, 남편에게는 목욕탕을 가서 남자 대 남자로 솔직하게 이야기 좀 해보라고 부탁도 했다.

얼마지 않아 경찰서 계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여청에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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