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이 된 아들(세번째 이야기)
어떻게 경찰서로 도착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떨리는 마음탓인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남편과 아이가 마주보고 앉아 있었고, 아이는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경찰관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이야길 해댔고 남편은 화가 많이 난 얼굴에 당황한 모습도 보였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남편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생각했다.
과연 아이는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경찰관이 와서 사건을 설명해 줬다.
"아이 말을 빌리면 남자화장실에 문이 다 닫혀 있어서 여자 화장실을 들어가게 됐다고 합니다.
여자분이 들어가는데 뒤 따라 들어갔고, 여자분이 화장실 문을 닫고 볼일을 보는데 변기 뚜껑이 '탁'하고 닫히는 소리가 나서 혹시나 해서 위를 올려보니 우리 아이가 쳐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신고 접수가 됐고, 저희가 출동해서 연행해 오게 됐습니다.
우선 아이랑 대화를 좀 하시죠."
나는 잔뜩 아주 잔뜩 화가 났다.
도대체 왜? 뭘 보고 싶었던 걸까....
사실 난 20여 년 전 동일한 사건을 내가 피해자로 겪었고, 그 트라우마는 내 평생을 걸쳐 지배하고 있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공중 화장실은 여전히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엄마이기 전에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이건... 추후 나의 큰 잘못으로 남았다. 나는 엄마였어야 했다...)
"왜 그랬어? 뭐가 보고 싶었던 거야?"
아이에게 이렇게 질문하면서 나는 두려웠다.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할까 무서웠다.
"그냥... 궁금했어요."
"뭐가 궁금했는데?"
"그 여자가 궁금했어요...."
경찰관이 와서 반성문 쓸 것을 권유했다.
반성문 쓰면 좀 참작이 될 수 있으니 써보라며 종이와 볼펜을 주고 가셨다.
아직까지 글자를 소리 나는 대로 쓰고, 맞춤법이 많이 틀리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글을 잘 못썼다.
아빠는 옆에서 똑바로 하라고 소리를 내고 있고, 나는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겨우 반성문을 완성했고, 계장님이란 분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인적 사항과 직업과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우리는 맞벌이 부부.
아이가 두 돌이 조금 못 됐을 때부터 어린이집 도움으로, 아이 돌봄 선생님 도움으로, 때론 시어머님 도움으로 그렇게 아이를 키웠다.
우리는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는 퇴근 시간까지 혼자 있게 두지 않으려고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
학교가 끝나고 3군데 학원을 돌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의 퇴근시간과 맞았고, 아이는 그렇게 지냈다.
계장님이란 분이 그러셨다.
"아!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고 계시니. 아무래도 아이 관리에 소홀하시겠네요. 아무래도 집에서 엄마가 기다려 주는 아이들과는 다르죠. 아이가 이렇게 비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부모님의 관리 소홀히 큽니다.
우선은 집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돌아가셔도 좋아요.
조만간 여청(여성청소년과)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경찰관들에게 연신 허리를 굽혀 죄송하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우리는 경찰서를 나왔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