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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보르미 Nov 27. 2023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

성폭력범이 된 아들(두 번째 이야기)


유난히도 뜨거움이 강렬했던 여름의 퇴근길이었다.

나는 운전하며 퇴근하는 그 길을 정말 사랑한다.

우리 가정은 내가 아침을 준비하고, 저녁은 남편이 준비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둘 다 퇴근 후 오후 7시쯤에 집에 도착하니 저녁을 준비해서 먹이고, 아이를 씻겨 재우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그러면 아침에 아이를 깨우기가 또 힘들어지고 계속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남편과 상의 한 끝에 아침은 내가 맡고, 저녁은 남편이 맡기로 했다.

남편은 유연근무를 신청했고, 조기 출근해서 조기 퇴근을 하게 됐다.

그 덕에 나의 퇴근길은 직장에서 벗어난 행복함과 먼저 퇴근한 남편이 저녁을 준비해 주는 편안한 마음이 더해졌다.

자동차 안에서 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고, 나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유튜브로 음악도 듣고, 관심분야 영상도 듣고,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는 즐거운 퇴근길을 맞이하여 좋은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즐거운 기분에 한껏 취해있을 때, 음악이 멈추고,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받아야 할 것 같다는 느낌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네. 여기는 00 경찰서입니다. 혹시 000 어머님 맞으세요?"

"네, 무슨 일이신 거죠?"


핸드폰을 분실하고 경찰서에서 찾기를 몇 번 한 터라 또 이 녀석 핸드폰을 잃어버렸구나 싶은 생각이 스쳤다.

아이는 엉뚱하게 100원을 주었다고 경찰서에 갖다 주기도 하고, 자기가 용돈카드를 분실했는데 분실물 들어온 것이 없는지 확인하러 가기도 하는 등 경찰서를 어려워했던 아이가 아니라 또 뭔 엉뚱한 일을 한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도 황당한 너무도 믿기 힘든 이야기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아이가 학원 건물 3층 여자 화장실에서 옆 칸의 여성분을 훔쳐봤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연행해 왔습니다.

부모님이 지금 바로 와주셔야겠습니다."

"네? 저희 아이 가요? 정말 저희 아이 가요??"


조금 전까지의 즐거움은 온데간데없이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눈물이 곧 쏟아질 것만 같았다.

"네, 지금 저는 가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남편이 지금 집에 있어요. 남편 보고 바로 가라고 할게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퇴근 후 아이가 오기 전에 잠깐 운동하고 씻고 있던 남편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겨우 전화를 받았다.


“자기야. 00 이가 지금 경찰서에 있대.

여자화장실 들어가서 옆 칸의 여자를 훔쳐봐서 신고받고 경찰서로 연행됐대. 자기가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나도 그쪽으로 바로 갈게 “


남편은 급하게 경찰서로 향했고, 나도 서둘렀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어떻게 내 아들이 그런 짓을...

손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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