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베이비
Feat. 몸의 상처, 마음의 상처
우리 아기는 레인보우 베이비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유산이나, 사산 후에 찾아온 아기’를 말하는데, ‘무지개’처럼 희망과 치유, 회복을 가져다준 아기, 아니 희망 그 자체이다.
속설이겠지만, 무지개 아기는 특별히 건강하다고 한다. 나는 징크스나 속설을 잘 믿지 않지만, 이 속설만큼은 꼭 믿고 있다. 뭐가 되었든, 달면 삼키는 법.
출처 : 해외 블로그 https://www.winfertility.com/blog/rainbow-baby/
부서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시기, 업무 인수인계도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팀의 가장 큰 행사를 맞게 되었다.
이전에 하던 일과는 너무나 다른 업무에 적응할 틈도 없이, 행사 준비까지 하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하루하루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미팅을 하고 돌아왔는데,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전화기가 울렸다.
처형이었다.
처형과는 가끔 연락을 하긴 하지만 업무시간에 전화가 온 건 처음이라, 조금 놀라면서 받았다.
‘여보세요’라는 말도 없이 처형은 비명처럼 외쳤다.
‘OO이가 지금 수술한대요! XX 산부인과예요!’
순간 나는 정신이 아득해져 옴을 느꼈다.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사실, 정기검진에서 태아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담당의사는 소파수술을 권유했었다.
아기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담당의사의 말이 차가운 비수처럼 나와 아내의 가슴에 꽂혔다.
하지만 우리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오진이기만을 기도하며 다른 병원에서 검진을 받기로 했었다.
계류유산이었다.
우리의 희망을 뒤로하고, 결국, 유산이 되고 말았다.
계류유산 : 자연유산으로, 태아가 사망한 채 자궁 내에 잔류하고 있는 상태
소파수술 : 유산한 태아 및 잔류물을 제거하는 수술
6주간 우리와 함께 했던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과, 남편 없이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있을 아내의 생각하며 정신없이 회사를 뛰쳐나갔다.
회사에서 병원까지는 한 시간 반이 걸렸고, 내가 도착했을 때, 수술은 이미 끝나 있었다.
눈물 젖은 얼굴로 산부인과 계단을 내려오던 아내는 나를 보자 다시 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병원 앞 거리에서 부둥켜안고 울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무엇하고 비교할 수 있을까?
늦여름의 햇살은 너무나도 눈부셨고, 그 햇살 너머로 우리의 첫번째 아기는 떠나갔다.
출처 : pixabay
몇 달 후, 우리는 인공수정을 결심했다.
45세, 38세. 늦은 나이에 아이를 잃은 우리에겐 다시 일어날 시간이 많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가기 전에 결정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