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잃고 길을 찾지

커다란 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by 서쪽하늘



"체념해"


이 말에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생각하다가 뜻을 찾아봤다.

'희망을 버리고 아주 단념함'

어느 누구도 상대방에게

감히 뱉으면 안 되는 말이었다.



"나는 덜 중요한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그 말을 끄집어내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아주 늦지는 않았다."



"엄마는 지금 너무 행복해.

너도 그러니, 아들?"



두껍고 무거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이 책이 얼마나 가볍던지.

누워 뒹굴면서 천장 향해

쳐들고 읽기 만만했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남궁인 작가의 500 쪽 넘는
신작 의학 교양서를 읽는 중이었다)

닭을 안 먹지만 닭다리 뜯는 건
참 먹음직스럽다.

내게도 '아차' 싶은 지난날이 있었다.
딸이 <82년생 김지영>을 본 후 말했던가.
닭다리는 남자들만 먹는 줄 알았다고.
긴 세월 닭다리를 남편 한 개 아들 한 개
먹고 있었던 거다. 그들은 몰랐단다.

그게 더 화가 났다.
내가 안 먹으니 관심이 없었다.
작가처럼 닭다리만 파는 치킨이 나와서
나도 좋았다.

책은 화가 나고 흥분된다.
그리고 통쾌하다.
또한 씁쓸하다. 우리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