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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Feb 29. 2024

300

개미 러너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단체로 웃통을 벗고 나와 스파르타 군사들의 용맹함을 보여줬던, 영화 300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간절하고 절박한 소망을 담은 300일간의 치성에 관한 얘기도 아니다.

아직 초보 수준이긴 하지만, 자칭 마라토너인 50대 아줌마의 한 달간의 훈련량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는 여러 가지 과정들 중 필수적으로 언급되는 사항이 바로, 한 달 동안의 러닝 누적거리 300킬로미터를 채우라는 것이다.

이에 관한 내용으로 작년쯤 올린 글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라고 링크를 걸어둔다.

https://brunch.co.kr/@4814db11e9814ef/101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고 경험했던 2023년은 내게 있어 무척이나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또한 이런 과정과 시간들을 거치면서 나도 모르게, 체력과 정신력이 동시에 단련이 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공식적인 풀 마라톤 참가는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JTBC 대회였지만, 그 과정에서 4월과 9월, 두 번이나 월 훈련량 300 킬로 이상을 채웠었다.

누구에게는 별거 아니고 쉬울 수도 있겠으나, 한 달 동안 최소 300킬로 이상의 거리를 달린다는 것은 단지 체력 하나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이제 두 번째 공식 대회를 앞두고 있다.

바로 3월 9일에 열릴 Saipan International Marathon 2024!

내가 사는 지역에서의 풀 마라톤 대회 참가도 처음인 데다가, 이번엔 한국에서 친구들도 대회 참석차 방문한다고 하니 이래저래 설레는 마음이다.


사이판 러닝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 지난 1월부터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비 쏟아지는 깜깜한 새벽 4시에도 무식하게 달렸던 장거리 훈련.

전날 음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업힐 훈련을 위해 경사진 언덕과 비포장 산길을 달렸던 시간들.

목표 300킬로를 채우기 위해, 평일에도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최소 10킬로 이상씩 달리던 끈기와 꾸준함.

50이 넘은 나이 탓도 있지만, 원래 빠른 스피드를 가진 러너가 아닌 나는, 인터벌 훈련이나 질주 같은 건 선호하지 않고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즐겨보는 러닝 채널이나 유튜브 같은 걸 보면, 40대 이상의 여자 러너들도 10킬로를 40분대에 주파하고 마라톤 sub-3 주자들도 제법 많지만, 그건 내 이야기는 아니다.

강하고 빠르진 않지만 은근과 끈기가 주 무기인 나는, 굵고 짧은 레이스보다는 가늘고 길게 악착같이 달리는 러너에 가깝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주로 하는 훈련도 장거리 LSD 러닝이나 업힐 트레이닝, 천천히 속도를 올리는 빌드업 러닝 그리고 조깅 위주이다.

간혹 인터벌이나 질주 위주의 훈련을 하고 나면, 고관절이 뻐근하다던지 한동안 무릎이 불편한 부작용이 있기에 되도록 이런 훈련들은 지양하는 편이다.

내가 뭐 sub-3 주자가 되고픈 욕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 목표는 70세가 넘어서도 달리는, 할매 마라토너가 되는 것 이기에 부상방지가 최우선이다.

지금처럼 이렇게만 가자. 꾸준히 가늘고 길게~

개미처럼 하루하루 차곡차곡 열심히...


다른 달과는 달리 29일 밖에 되지 않는 이번달 2월에도 기어이 300킬로 목표 달성을 이루었다.

2024년 2월 총 누적거리 310km!

스스로 칭찬한다. 장하다 거북맘!

이제는 훈련량을 대폭 줄이고 몸을 회복하는 시기.

마라톤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몸을 철저하게 돌보고 관리하며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거북이과에 가까운 주자이지만, 한편으로는 꾸준하고 부지런한 개미 러너이기도 한 나!

개미와 거북이의 조합이라...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는 듯하다.

여기 어디... 개미와 거북이 러너를 응원해 줄 분들, 안 계신가요? 있으시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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