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지원서 내볼까?"
잠이 오지않던 새벽녘, 2학년 개학을 앞두고 마음 속 여러 갈등이 일던 차였다.
어차피 이사를 한번은 가야할 상황이었고
더 적응되서 나중에 힘들바에 지금 가는게 낫지않을까 싶기도 했었다.
그 김에 학교도 옮기고 이왕 옮길거면 이번이야말로
대안학교에 한번 지원을 해볼까싶었다.
아이가 6살때부터 눈여겨봤던 대안학교가 있었다.
한동안 찾아보지 않았는데 새벽에 무슨 바람이 일었는지
정말 오랜만에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다.
"2학년 편입생 지원서 받습니다."
내가 그 글을 읽은 것은 수요일 새벽 1시,
마감일은 수요일 오전 9시까지였다.
'이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혼자 상상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잠을 청했다.
새벽같이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5-6장이 되는 지원서를 단숨에 써내려갔다.
졸린눈을 비비며 일어난 신랑에게 으다다 설명을 했다.
"마감 당일에 발견하게 되다니, 하늘이 내린 기회아닐까?
마침 이사도 고려하고 있었으니 딱인거같아.. "
우연히 발견하게 된것도 왠지 필연인거마냥 생각하고싶었던 새벽이었다.
신랑도 잠시 망설였다.
"그런데 너무 갑작스럽지않아? "
"일단 내보고 면접보고나서 고민해봐도 되잖아.
내가 쓴 지원서좀 읽어봐봐."
지원서 양식은 꽤나 디테일했다.
대안학교 입학지원서는 남다르다는걸 알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한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아이의 평소 습관부터 출생때 이야기,
이는 언제 빠졌는지, 현재의 모습, 교육관, 앞으로 계획 등
모든 기억을 총동원해서 낱낱이 써야했다.
"아니 이런 내용까지 써야해? 이건 좀...
그리고 너무 급하게 내는거아냐? 충분히 생각해야할거같아"
역시 나보다 이성적인 신랑은 조목조목 설명한다.
"우리 공동육아어린이집 다닐때 생각해봐.
좋은점도 너무 많았지만 사람문제로 힘든것도 많았잖아.
그리고 그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싸우면서도 놀았지만
여기는 인원도 많지않고..
결국 싫은 아이랑 계속 몇년을 부대껴야하는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지않을까?
(1학년때 자기를 많이 놀리던 아이랑 또 같은반이 되어서
한달간 우리에게 하소연을 하던 아이였다)
우리는 아이를 위한 행복한 미래일거라고 보낼수는 있어도
결국 그 모든 것은 아이가 감당해야하는 것이었다.
싫다고 다시 되돌리기엔 또다른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에 신중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게 행복일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만의 착각일 수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와 짧지만 심도깊은 이야기를 했다
나의 설명을 듣고 아이는 대답했다
"싫어"
전혀 예상하지못했다.
"싫다고? 엄마는 너가 너무 좋아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너 책상앞에만 앉아있는거 힘들어했고,
친구들하고 대화도 많이 못해서 재미없다고도 했고
여러가지 체험해보고 활동하는거 좋아하잖아.
여기는 우리가 다녔던 터전(공동육아어린이집을 부르는 명칭)이랑 비슷한 학교야"
"그래도 싫어. 학교 제대로 못다녀봤잖아.
2학년 다녀보고 생각해볼께"
아이는 쿨하게 거절하고 등교했다.
결국 지원서는 내지못했다.
어떻게든 내보고 면접까지 보고싶었지만
그건 아이에 대한 예의는 아닌듯했다.
나의 욕심으로 아이의 결정을 무시할 수 는 없는 것이었다.
아직 아이가 대안학교에 대해 많이 모르는 상태이고,
분명 면접보러가면 엄청 좋아할거라고
핑크빛 상상만 했던 내가 잘못이었다.
그러게, 아이는 학교생활을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본인 스스로 이러한 생활이 나에게 맞는지,아닌지,
다른방법은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도 없었는데
나혼자 너무 상상의 미래를 그렸구나 싶었다.
오롯이 한학년을 더 지내본뒤 결정을 해보겠다는
아이는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다.
기특했다.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래, 학교 열심히 다녀보자!
2학년이 되어 매일 등교결정이 내려지면서
신나서 콧노래를 부르던 아이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더니 종종 외친다
"아~~~학교 다니기싫어~~~!!!"
이제는 학교를 언제 쉴 수 있는가,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다.
'그것봐, 다녀보니 너 생각하고는 또 다르지~'
면접이라도 봤으면 덜 아쉽지않았을까 생각도 가끔 드는 요즘,
여름방학을 앞두고 주변 엄마들이 물어본다
"**이는 방학때 학원 어디 갈거에요?"
아..아직 아무 계획도 없는데..
3학년을 앞두고 여름방학때부터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게 이제 우리 아이 차례구나 싶다. 이젠 정말 준비해야하는 걸까.
대안학교 고민했던게 고작 몇달 전인데
이렇게나 또 귀가 팔랑거리며 움직이게 된다.
정말 나는 아이가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바라는게 진짜 맞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가 멀쩡히 숨만 쉬길,
그저 살아서 태어나기만을 바랬던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