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던 엄마의 욕망
꿈틀대던 엄마의 욕망
‘놀만큼 놀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 말은 그다지 생산적이지도, 좋은 어감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마치 놀다가 지쳐서 방구석에 널브러진 모습,
공부는 뒷전인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놀만큼 놀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좀 놀고 공부 좀 해라.’라는 잔소리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짝꿍이 아닐 수 없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생활은
정말 ‘놀만큼 놀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놀다가 잠드는 것이 일상이니
아이들에게 이만한 유토피아가 어디 있겠는가.
늘 주머니엔 돌멩이와 나뭇잎이 가득이었고,
옷엔 흙물이 들어서 새 옷은 입힌 적도 없었다.
‘바지 무릎 좀 나와 주고 얼룩덜룩한 자국 좀 있어줘야
나 좀 노는 아이야 티가 나기 마련이지.’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보내는 어른들도
마음만 열려있다면 지치도록 놀 수 있는 곳이다.
아이 하원 후 다른 집 부엌에 자연스럽게 가서
함께 밥을 짓고 나눠먹던 순간들,
퇴근하고 돌아오는 아이 친구의 아빠를 함께 반기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들을 나는 매우 사랑했다.
물론 어른들의 갈등이 없지는 않다. 그 속에서 마음이 멀어지고
사람들이 떠나는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힘듦보다는
주말이면 언제 등원하나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
처음에 그곳에 아이를 보낸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일단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높은 출자금과 부모가 해야 할 일을 들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도 했다.
친정 엄마는 유별나다고 했고,
주변에선 ‘아니 그렇게 서로의 사생활을 꼭 오픈해야 해?’라며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교육’에 관한 이야기였다.
“거기는 공부 안 하고 계속 놀기만 한다며?
그렇게 놀다가 학교 가면 적응 못해.
초등 선생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곳이 공동육아 어린이집 출신 얘들이래.
공부습관도 안 잡혀있고
자기 생각만 주장하면서 따박따박 말대꾸한다고.”
그러니 7살에는 꼭 유치원에 가서 학습습관을 잡아줘야 한다,
그게 안되면 집에서라도 한글과
수 개념을 익혀서 가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더구나 가까운 지인 중에 학교 선생님들이 있어서 내 대신
교육 백 년 플랜을 짜주기도 했다.
그 말들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엔 ‘나중에 봐봐라.
이렇게 놀 줄 아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할 것’이라는
욕심이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 일종의 북유럽 교육이거든?”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