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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르넨 Feb 28. 2024

인생 첫 콜라보 카페를 가다

'하츠네 미쿠×애니플러스 콜라보 카페 부산점' 후기

콜라보 카페를 처음 가게 된 이유

2월 27일. 인생에서 처음으로 콜라보 카페를 가게 되었다. 그 전까지 못 갔던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그 전까지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하나같이 콜라보 카페 운영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가수들은 물론이요, 대부분의 좋아하는 것들이 콜라보 카페를 열지 않았다. 그나마 유포테이블에서 운영하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콜라보 카페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둘째는 지역이 멀어 갈 여건이 되지 않았다. 나는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인데 대부분의 콜라보 카페는 수도권에서 여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유포테이블에서 운영하는 카페도 서울 홍대에 있는 카페라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생일 카페라도 열면 참 좋겠지만 그것조차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게 현실이다. 트위터에서 캐릭터 생일 카페를 대전에서 연다는 소식에 수도권 사람들이 반발했던 일도 있었고 나는 그걸 보고 트위터에 쓰진 않고 육성으로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있었다.


"대전에서 열 수도 있지! 생일 카페 대부분은 지방인이 가기 매우 힘든데!"


셋째는 설상 카페를 부산, 울산에서 한다고 해도 일단 교통비부터 마음에 걸렸고, 그걸 제쳐도 콜라보 음식까지 비싸서 포기하게 되었다. 학생인지라 돈을 대부분 벌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 당시의 나는 그렇다고 저축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거지.


올해 초부터 소비단식을 시작하고 돈을 꾸준히 모은 결과로 2월이 되자 부산 정도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마침 저번달 말에 '하츠네 미쿠×애니플러스 콜라보 카페'를 부산에도 연다는 소식을 내가 KAITO를 좋아한다는 걸 잘 아는 동생 덕분에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콜라보 음식 값 때문에 마음에 걸려 2월 중순까지 계속 미루다가 동생과 언젠가 서면에 한 번 가자고 이미 약속한 것 때문에 일석이조 느낌으로 2월 27일에 가기로 결정했다. 가는 날이 2월 27일인 건 별건 없고 그냥 적당한 날일 것 같은 날에 가자고 내가 냅다 말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콜라보 카페는 과연

27일 당일이 되었다. 애니플러스는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시간에 맞줘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했으며 네이버 지도 기준 애니플러스는 거의 2시간 걸려서 가진다고 해서 9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일어나는 건 원래 6시 기상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나는 역시 6시에 기상하고 놀다가 7시 30분부터 준비해서 9시에 출발했다. 동해선도 겨우 세이프.


카이토 테이블.

카페에 음료들을 시키고 자리에 앉으려고 했더니 마침 카이토 테이블에 자리가 비어서 앉을 수 있었다. 사실 같이 간 동생은 장르 자체는 좋아하긴 하나 특정캐를 크게 좋아하는 캐릭터가 없어서 어디 앉아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내 자유로 앉을 수 있었다.


미쿠 등신대와 노래 나오는 영상.


동생과 시킨 메뉴와 굿즈. 아키토(프세카) 포토카드는 부산 코믹월드에서 샀다.

조금 기다리다 메뉴가 다 되어서 받아왔다. 시킨 메뉴는 각각 '루카의 딸기 라떼(6,500)', '카이토의 블루 레몬 에이드(6,500)', '루카의 핑크 케이크(10,000)'로, 음식 자체가 보통 콜라보 카페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핑크 케이크는 동생과 절반씩 먹기 위해 돈을 절반씩 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내가 낸 돈은 11,500원이다.


내가 가장 긴장했던 부분은 바로 랜덤으로 굿즈를 주는 것이었다. 나는 카이토, 동생은 루카를 원했는데 다행히 둘이 원하는 캐릭터가 모두 나왔다. 주신 분이 메뉴보고 주신 것일 수도 있다. 린도 같이 받았는데 이건 동생을 주고 난 카이토만 받았다.


우리는 이 음식들을 20~30분 안에 다 먹었다. 핑크 케이크는 딸기 케이크인데, 사실 난 이걸 제대로 먹어본 건 처음이여서 동생이 조금 걱정했다. 편식쟁이였기 때문. 다행히 케이크가 입에 맞아서 절반을 먹었다. 블루 레몬에이드는 그냥 레몬에이드 맛이었다. 이건 내 추측이지만 이런 카페의 메뉴는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게 캐릭터에 맞춘 메뉴를 내겠다고 준비하는 과정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제공해준 빨대는 종이빨대였는데 나는 그냥 빨대없이 에이드를 마셨다. 내가 개인적으로 종이빨대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인데, 나는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빨대가 필요없기도 하다.


메뉴를 다 먹고 방명록을 쓰자며 포스트잇이 잔뜻 붙어있는 곳으로 왔지만 포스트잇이 더 이상 배치되어있지 않아서 그냥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네'라고 잠깐 보기만 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흔적 기록하기

내 불렛저널과 카페에서 가져온 종이.

집에는 15시 30분쯤에 돌아왔다. 오래만에 돌아다녀서 매우 피곤했지만 그나마 <명상록> 오디오북 들으며 동해선에서 쪽잠을 잤기 때문에 그나마 남은 체력으로 불렛저널과 카페에서 가져온 종이를 꺼냈다. 사실 좀 쉬고 해도 되는 일이지만, 난 미리 해놓지 않으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생각날 때 꼭 해야한다. 이 두 개를 꺼낸 이유는 바로 노트에 일종의 기념품으로 가져온 종이를 붙이기 위해서다. 노트 2페이지보다 종이가 커서 일부 잘렸지만 붙일 있었다는 다행이었다.


기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글의 발행일이 바로 다음 날인 28일이었기에 미리 초본을 작성해야 했다.  결국 모두 끝냈을 때 시간은 18시가 다 되고 말았다. 그래도 인생 처음으로 콜라보 카페를 간 날이었기에 보람이 있었던 하루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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