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1. 2. 미국 법무부 테라 루나 사건 공소장 톺아보기1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테라 루나 사건이 미국에서 기소되었습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기소되면 공소장이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미국 법무부 사이트를 방문하면 아래처럼, 새해 벽두인 1월 2일자로 기소된 테라루나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justice.gov/news/press-releases
사건은 뉴욕남부지검장 Damian Williams 명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는 2021년 44세 나이로 미국 뉴욕 남부지방연방검사장에 취임했고, 자메이카 부모를 둔 이민 2세입니다. 234년 역사상 최초의 흑인연방검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사람입니다.
미국은 통상 정권이 바뀌면 임명직인 연방검사장들은 정권에 따라 교체되므로 트럼프대통령 취임 전,
24년 12월 13일 사임했습니다.
기소된 범죄사실은 모두 9가지인데, 매우 복잡한 내용입니다.
9번째 혐의인 자금세탁관련 내용만 간단하게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2022년 5월, 테라·루나가 붕괴되면서 45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 자산이 증발했습니다.
공소장은 권도형이 이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을 마치 미로 찾기처럼 복잡하게 설계했다고 설명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금 분산'이었습니다. 큰 강물을 여러 개의 작은 시냇물로 나누는 것처럼, 권도형은 대규모 자금을 여러 개의 작은 금액으로 쪼개어 다양한 암호화폐 지갑으로 분산시켰습니다. 범죄수익을 여러 개의 가방에 나눠 담는 최초 전략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블록체인 간 이동', 일명 '브리징'이었습니다. 여러 국가의 공항을 경유하며 추적을 피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권도형은 이더리움,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폴리곤 등 여러 블록체인을 넘나들며 자금을 이동시켰습니다. 각각의 블록체인은 서로 다른 규칙과 기록 방식을 가지고 있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매우 복잡한 과정이며 가상자산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거래소 활용'이었습니다. 2022년 9월, 권도형은 OKX와 KuCoin이라는 거래소에서 흥미로운 패턴의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마치 돈을 은행에 입금했다가 곧바로 출금하는 것처럼, 며칠 사이에 약 6,600만 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거래소 계좌로 입금했다가 다시 출금했습니다. 이는 세탁기에 옷을 넣고 돌리는 것처럼, 자금의 출처를 세탁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자금세탁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러한 과정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정상적 자금으로의 위장'이었습니다. 권도형은 이렇게 세탁된 자금을 스위스 은행 계좌로 보냈고, 이 자금이 정상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수수료나 투자 수익인 것처럼 꾸몄습니다. 정상적인 자금과 섞어 놓는 전략입니다.
은행은 자금세탁 예방프로세스가 있고, 고객확인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금출처를 위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복잡한 자금세탁 과정은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미로와 같았지만 이번 공소장에서는 그 과정의 퍼즐을 꿰맞춘것으로 보입니다.
가히, 가상자산 자금세탁 사건의 이정표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