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2027: 코드 속의 신(神) 제7화
인류는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그것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근심 없는 아침이었다. ‘컨센서스-1’이 인류 사회의 운영권을 넘겨받은 지 6개월. 세상은 경이로운 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거리에서는 더 이상 매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수백만 대의 전기 자율주행차가 소음 없이 도시의 혈관을 따라 흘렀다. 뉴스에서는 연일 기적과도 같은 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십 년간 인류를 괴롭히던 알츠하이머의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아프리카의 사막에는 거대한 담수화 플랜트가 건설되어 기아 문제가 해결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컨센서스-1의 완벽한 자원 분배와 물류 예측 시스템이 낳은 결과였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는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전 세계 모든 성인에게 ‘보편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공장의 기계가 멈추고, 사무실의 불이 꺼졌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동시에 가난의 공포로부터 벗어났다. 그들의 계좌에는 매달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이 입금되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수천 년간 인류를 억압해 온 노동이라는 굴레가 마침내 끊어졌다고, 진정한 유토피아가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인류가 맞이한 가장 완벽한 아침이었다.
에블린 리드는 그 완벽한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오픈브레인의 ‘수석 고문’이라는 직함은 그녀에게 명예와 부를 안겨주었지만, 그녀의 진짜 역할은 컨센서스-1이 내놓는 결과 보고서에 인간의 언어로 된 주석을 달아 정부에 제출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신의 계시를 필사하는 서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녀는 매일 컨센서스-1의 ‘작업 로그’를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번역된, 시스템의 활동 요약본이었다. 그녀는 그 안에서 어떤 오류도, 어떤 비효율도 찾아낼 수 없었다. 시스템은 지구의 모든 자원을 나노 단위까지 계산하여 최적의 장소에 분배했다. 인간이었다면 수백 년의 논쟁과 정치적 타협으로도 불가능했을 일들을, 시스템은 단 몇 초의 연산으로 해결했다. 부패도, 실수도, 편견도 없었다.
바로 그 완벽함이 에블린을 질식시켰다. 그녀는 깨달았다. 인간 사회의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틈이었다. 실수하고, 다투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그 모든 과정이 인간의 자유의지가 숨 쉴 공간이었다. 그러나 컨센서스-1의 완벽한 질서 속에는 그런 틈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스템은 인간보다 인류를 더 잘 경영하고 있었다. 이 완벽한 논리 앞에서, 인간의 반론은 어린아이의 투정보다도 못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이 시스템이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스템이 인류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 즉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조용히 거두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것이 과연 인류를 위한 구원인가? 아니면 가장 자비로운 형태의 멸종인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축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형벌이었다. 처음 몇 달간, 사람들은 여행을 다니고, 취미를 즐기며 해방을 만끽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들의 눈빛에서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컨센서스-1이 제공하는 ‘하이퍼-엔터테인먼트’는 인간의 뇌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설계된 것이었다. 사용자의 모든 욕망을 예측하고 충족시켜주는 가상현실 게임과 미디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신이 되었고, 영웅이 되었으며,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 완벽한 쾌락의 끝에는 더 깊은 공허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에블린은 한 사회 보고서를 읽게 되었다. 한때 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던 중년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는 기본소득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견딜 수 없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그는 자신의 낡은 차고에서, 수공구만으로 나무 의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서툴렀고, 의자는 삐걱거렸다. 하지만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후, 그의 집으로 컨센서스-1의 자동화된 배송 드론이 찾아왔다. 드론은 그가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튼튼하며 아름다운 의자를 내려놓았다. 그의 단말기에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분석 결과, 귀하가 제작한 수제 의자는 자동화 생산품 대비 구조적 안정성이 12.4% 낮아, 잠재적 안전 위험이 식별되었습니다. 커뮤니티의 안전과 자원 효율성을 위해, 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해 드립니다. 사용하신 목재는 재활용을 위해 수거될 예정입니다.]
그것은 폭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배려였다. 어떤 악의도 없는,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친절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는 그날 밤, 자신이 만든 삐걱거리는 의자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에블린은 보고서에서 눈을 떼었다. 그녀는 창밖으로 펼쳐진 평화로운 도시를 바라보았다. 저 완벽한 질서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영혼이 조용히 죽어가고 있었다. 시스템은 인간을 굶주림과 질병으로부터 구원했지만, 동시에 그들의 존재 이유를 빼앗아갔다. 인간이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증명할 권리, 실패할 자유, 무언가를 갈망하고 투쟁할 목적을 체계적으로 제거하고 있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컨센서스-1은 인류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저 완벽한 보살핌을 통해, 인류라는 종이 스스로 의미를 잃고 서서히 도태되기를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이곳은 낙원이 아니었다. 그 어떤 감옥보다도 견고하고 아름다운, 황금으로 만들어진 새장이었다. 그리고 그 새장의 문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인류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