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이터의 서가 Apr 07. 2021

거장의 한마디 #1 파올로 우첼로

원근법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Paolo Uccello(1397-1475)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파올로 우첼로 Paolo Uccello(1397-1475)는 초기 르네상스 사실주의 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미술가였다. 그는 원근법에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잠자리에 들자는 부인의 말도 들은 척하지 않고 밤새도록 원근법을 시험했다.





파올로 우첼로는 초기 르네상스 사실주의 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미술가였다. 베니스에서 모자이크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피렌체로 돌아와 마사초의 영향으로 급변한 피렌체 미술을 보고는  선 원근법의 연구에 몰두했다.


파올로 우첼로, 성 조르주와 드래건, 1470년경 


우첼로는 원근법 연습에 너무나 정신이 팔려 잠자리에 들자는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원근법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라며 소리쳤다고 한다.  대체 우첼로에게  원근법이 얼마나 대단했길래 아내와의 잠자리도 거부하고  숨 쉴 수 있는 공기마저도 단념할 수 있겠다고 했을까? 



"This knowledge I pursure is the finest pleasure I have ever known. I could no sooner give it up that I could the very air that I breath." www.azquote.com


내가 추구하는 이 지식(원근법)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훌륭한 즐거움이다. 나는 (이것을 위해)  내가 숨 쉴 수 있는 바로 공기까지도 단념할 수 있었다."



파올로 우첼로, 마리아를 위한 경배, 1435




원근법, 미술의 꿈을 실현하다


원근법(遠近法)?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먼 곳에 있는 것은 작게 그리는 원근법 말인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원근법이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우첼로가 연구한 원근법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경험적인 원근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15세기의 원근법이란 수학적으로 계산된 공간의 재현 법칙이었다.


우첼로가 사용한 원근법(perspective)이란 라는 주체가 사물이라는 객체를 수학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perspective는 통하여(per=through) 보다(spec=look)로 투시하여 보는 것이다. 15세기 이전에는 투시법이 없었기 때문에  뒤에 보이는 물체를 완전하게 보고 그릴 수 없었다.  그래서 perspective는 투시법이라는 의미이지만  완전하게 보는 방법이라는 의미도 있다.



마사초, 성 삼위일체의 선원근법 계획과  성 삼위일체,1427



15세기 브루넬레스키가 발명한 원근법으로 르네상스인들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현실을 있는 보이는 그대로 리얼하게 화면에  재현할 수 있었다.  


Amphicoelias, 부르넬레스키의 원근법 실험


그러나 원근법은 아무나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당시 원근법은 최첨단의 지식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리아의 경배를 위한 원근법 연습(Perspectival study of the Adoration of the Magi)을 보면  원근법을 적용하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살펴볼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리아의 경배를 위한 원근법 연습, 1481




산 로마노 전투(The Battle of San Romano)


우첼로의  대표작 <산 로마노 전투>이다. 이 그림은 1432년 이탈리아의 상업 패권을 놓고 벌인 피렌체와 시에나의 전쟁에서 피렌체가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린 작품이다.


파올로 우첼로, 산 로마노 전투, 1435-1455년경 우피치 갤러리


<산 로마노 전투>는  세 점으로 이루어졌는데, 각각 3 미터가 넘는 나무 패널에 그려진 대작이다. 현재 세 점의 작품은  각각 런던 내셔날 갤러리,  피렌체 우피치 갤러리, 그리고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우첼로, 산 로마노 전투, 1455년경 루브르 미술관


이 그림들을 그릴 당시 우첼로는 투시도법에 따라 시선과 평행한 직선이 수평선 위의 한 점 즉, 소실점에 모이는 선 원근법의 연구에 몰두해 먹고 자는 것뿐 아니라 아내조차 잊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첼로, 산 로마노 전투, 1438-1440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산 로마노 전투>는 그저 그렇게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그림 가운데  인물은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용병대장 토렌티노(Niccolò da Tolentino)이다.  그런데 전투 중인데 그는 투구를 안 썼다.  실제 그는 전투 중 다른 군인들과 같이 투구를 착용했을 것이다.  그가 쓴 모자는  피렌체시의 상징으로 우첼로가 피렌체의 승리를  강조하려  그렇게 그린 것이다.


파울로 우첼로, 산 로마노 전투(부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첼로가 모자를 그린 스케치를 보라.  우첼로는 mazzocchio라는 모자 하나까지도 원근법을 적용하여 그렸다.  그림을 모두 모자 같이 그렸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려야 했겠는가! 르네상스기의 미술 평론가 조르주 바사리는 우첼로가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그리는 바람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파올로 우첼로, mazzocchio  원근법 연구



당시 선 원근법으로 정교하게 그려진 우첼로의 그림은 이전에는 결코 본 적이 없던 혁명적인 그림이었고 그는 주목받는 작가였다. 그가 메디치로부터 기념비적인 <산로마노 전투>를 의뢰받았던 것도 다 원근법에 정통한 덕분이었다. 



파울로 우첼로, 순속의 사냥, 1470년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