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5일 새벽 2시.
추석이 시작되었다.
아침에는 가족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잠들었어야 했는데
잠보다 추석이 먼저 와버렸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맞이한 새벽,
사방이 적요한 가운데
소곤대는 빗소리에 창밖을 내다본다.
보슬비와 함께 뿌연 안개가 서둘러 도착하고 있었다.
흙냄새가 공기 중에 번지는 틈을 타
속절없이 그리움이 피어난다.
먼 이국 땅에 가 있는 아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내게 세상에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이름을 준,
삶의 기적은 멀리 있지 않음을 알려 준 아이.
낮에 명절음식을 장만할 때도 곳곳에 녀석이 보였다.
평소 좋아하던 새우전을 구울 때나
삶은 밤 껍데기를 깔 때도
성큼 집어가 먹던 모습이 어릉어릉 눈에 비쳐서
현관 쪽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돌리곤 했다.
제 꿈을 좇아 먼 길을 떠난 아들이건만
식구들이 모이는 명절이면
보고 싶은 마음도 어쩔 수가 없다.
5개월 전, 아들이 낯선 외국 살이를 시작한 이후부터
설거지하다 유리컵만 깨져도 간이 철렁한다.
남편은 창틀에 매달린 작은 실거미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조심스레 걷어올려 살려준다고 했다.
어디서든 무사하고 안녕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을
다 몰라주어도 좋으니
언제나 외롭지 않고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가족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기억하기를.
그리고
오늘 같은 날
정든 사람들 곁에서 외떨어져
아침을 맞이할 모든 이들이
따뜻하고
단단해지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