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배운 힐링의 기술(3)
몸으로 배운 힐링의 기술(3) <멀고도 가까운 사랑의 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과 신뢰 속에서,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를 통합적으로 존중하는 일. 나의 춤을 추면서, 나의 세계를 살아가면서 그의 세계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우연성을 받아들이는 일. 그의 세계를 지나쳐가고,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멀어지며 결국엔 가까워지는 일.
눈 앞의 공간을 느끼며 춤을 추되, 공간 어딘가에 있을 파트너와 연결감을 가지는 것. 가능할까 의문과 함께 시작했다. 손 끝의 느낌에 따라 움직이며 공간을 반 바퀴 돌았을 때, 내 뒤 편쯤에서 춤을 추던 파트너를 발견했다. 반가웠다. 하지만 내 몸은 움직이던 방향 그대로 발을 떼고 있었다.
계속 앞으로 나가고 싶은 몸의 욕구는 파트너에게로 방향을 틀어 어울리고 싶은 충동보다 더 강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웠지만, 몸을 믿고 그대로 움직였다.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우리가 이 한 공간에서 계속 춤추고 있다면. 움직임의 속도를 최보결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늦췄다.
수확한 몸의 느낌은 달콤했고, 깨달음은 강렬했다. 이런 사랑이 가능하구나. 상대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그 존재의 세상까지 받아들이는 것. 상대를 보고 만질 수 있는 내 눈과 손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라는 실재하는 존재였다.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 얼마나 오랫동안 볼 수 없나는 덜 중요하다. 상대를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결감을 갖고 춤 출 수 있을까, 초기의 의문은 금새 풀렸다. 가능했다, 이완된 몸으로 춤추며. 내가 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과 신뢰 속에서,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를 통합적으로 존중하는 일. 이런 사랑을 받아들인 사람은 세상에 친절할 수 있구나.
춤으로 사랑을 배운 일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 처음 <춤의학교>에 왔을 때였다. 한 공간에서 각자의 춤을 추다가 우연히 만나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경험했다. 움직이려는 욕구에 가득찬 나와 상대가 만나 서로의 손 끝과 손 등을 접촉하며 서로를 배려하며 어우러지는 순간. 춤추는 시간 외에도 서로를 신경쓰고 아끼는 모습을 여러번 관찰했다. 그때 느꼈다. 힐링커뮤니티댄스라는 춤 철학을 만든 보결 선생님 만큼이나, 보결샘을 지지하고 지원하며 춤 춰온 <춤의학교>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사랑을.
보이지 않는 사랑을 보이게 만드는 힘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상대의 맥락을 이해하는 노력, 그리고 말과 행동이 곁들어진 표현이다. 원래도 애인에게 예쁘다, 멋있다, 대단하다는 언어 표현을 잘 하던 나는 4년 전 <춤의학교>를 만난 이후 '사랑한다'는 표현을 늘려갔다. 언어만큼 확실하고 중요한 표현은 없다고도 생각했다. 나만큼 '사랑한다' 말하지 않은 애인을 보며,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만 사랑하진 않는구나 단정한 일도 생겼다. 하지만 애인과 함께 살게된 일을 계기로 특정 표현 수단으로만 사랑 여부를 한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을 계기로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을 하나 더 배웠다. 말과 눈빛과 행동으로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가 커플링을 끼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우리는 깊은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 나를 존중하는 만큼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와 그가 서 있는 공간을 받아들이는 일. 사랑은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때 더욱 깊어진다.
10년차 연애 중인 커플이지만, 두 사람 만의 관계로 사랑을 깊히 숙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힐링커뮤니댄스를 계기로 이런 연결감을 느끼고 싶은 커플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어보고 싶다. 이름은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연결고리 만들기', '러브 쉐어', '멀고도 가까운 사랑의 춤?' 음...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