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Jan 25. 2023

말을 탄다

말이 된다

 말이 좋다. 말은 옆에만 있어도 좋은 친구다. 그리고 등 위에서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뜨겁고 무거운 몸통 위에 앉으면 다리 사이로 커다란 심장 박동이 들리는 듯하다. 말의 걸음에 맞춰 내 몸도 흔들린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따라가며 호흡을 맞춘다. 달리기 시작하면 박자에 맞춰 함께 움직인다. 다른 생물의 다리를 빌려 땅을 박차는 느낌은 매번 새롭다.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신선하다.

 달릴 때의 쾌감도 있지만 말 타는 즐거움은 또 있다. 말과 유난히 손발이 잘 맞는 날은 켄타우로스라도 된 것만 같다. 말의 반동에 내 몸을 맡기고 말의 네 다리는 내 팔다리가 된다. 손과 다리, 체중을 바꿀 때마다 말이 응한다. 그렇게 리듬을 타면 우리는 한 몸이 된다. 혼연일체 되면 다른 생명의 육체가 더욱 생생하다. 쭉 뻗는 다리와 구부러지는 허구리와 단단한 발굽과 내쉬는 숨까지 느껴진다. 내가 말인 듯 말이 나인 듯하다.


 나는 동물이 너무 좋아서 동물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말은 그런 내 원을 이루어 주었다. 이제까지 그 등에서 백 번은 굴러 떨어졌다. 두렵고 아팠지만 다시 올라갈 만한 가치가 있었다.

 말 위에서 나는 말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馬과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