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벚꽃 스팟 촬영 현장..?
요즘 촬영이랑 보정이 많아져 브런치를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부산 출장기 2편을 깜빡하고 있었던... 것을 이제 깨닫고 부랴부랴 시작해 본다. (사실 다른 글 쓰려고 들어왔던 건 비밀이다.)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의 배려로, 낮에 촬영이 있는 날엔 저녁에 오픈하는 게스트 하우스 바 업무를 돕기로 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낮에 게스트 하우스 청소를 한 뒤, 촬영 장소 답사를 나섰다. 커플, 웨딩 스냅 촬영 모두 개금동 골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가장 큰 변수는 벚꽃이었다. 개금동이 벚꽃 스팟으로 유명해져 이쯤이면 개화가 되겠지..? 하고 촬영 장소를 추천드리고 결정하게 된 것인데, 이번 봄은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졌다. 부산까지 가서 촬영하는데.. 벚꽃 눈치 챙겨 제발..
그래도 부산은 날씨가 따뜻하니까 예보와 다르게 개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촬영 2일 전에 개금동 답사를 갔다. 내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 벚꽃은 피어날 기색도 보이질 않았다. 여기 아니면 또 다른 장소를 찾아서 답사를 다녀야 하는데, 부산 여행 기간은 정해져 있다 보니 그것조차 쉽지 않은 선택지였다. 일단 촬영 예약자 분들께 연락을 드렸다. "벚꽃 없는 벚꽃 스팟인데 괜찮으실까요.."라고 차마 여쭤보진 못했고, 벚꽃은 피지 않았지만 골목 자체가 예뻐서 촬영을 진행해도 충분히 사진은 예쁘게 나올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다행히도 예약 두 팀 모두 내 사진 중에 골목 감성을 좋아해 주셨던 분들이라 나를 믿어주셨고, 그대로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개금동 답사 후, 웨딩 스냅 중 2번째 촬영 장소인 대저생태공원도 쭉 둘러본 뒤 무사히 답사를 마쳤다. 일은 끝났으니 이제 나에게도 자유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일한 게스트 하우스에는 거의 20~30대의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중 밥을 혼자 먹는 사람들과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바로 이것이 게스트 하우스의 낭만..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까지 총 7명이 함께, 부둣가 쪽에 있는 사장님의 단골 포장마차로 갔다. 푸짐한 회와 매운탕을 시켜놓고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처음 온 사람도 있었고, 어제 같이 연박해서 친해진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나이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기도 했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은 매번 신기하고 즐겁게 느껴졌다. 또 다른 삶이 천천히 스며드는 밤이었다. 낯설지만,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닌 그 기분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다 같이 축구를 보기로 해서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갔는데, 포차에서 너무 달린 나머지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상대팀 골 넣는 소리에.. 우리 팀이 넣은 줄 알고 박수치며 일어난 건 그냥 비밀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