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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원동 바히네 Sep 09. 2021

굿바이, 굿바이 포궁

마무리를짓는 게제일 어렵습니다.

<굿바이 포궁>이라는 이름으로 엮어두었던 글들을 1차로 마무리 지으려고 보니 선뜻 브런치 북으로 묶어지지가 않는다. 처음부터 목차를 짜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마무리를 지으면 정말 끝날 것 같아서 망설이기도 했다. 아마도 써놓은 내 글들을 보며 '조금 더 잘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서 그런 것 같다. 포궁을 보내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은 몸이 보내는 신호에 제대로 귀 기울여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자 앞으로 수십 년을 더 같이 살아야 하는 내 몸을 존중하는 과정이었다. 


자궁 적출 수술을 미루고 미루며 검색창에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적출'만 검색하다 8년의 세월을 보낸 과거의 나. 나는 아직도 문득 그때가 스크린숏처럼 '찰칵'하고 눈앞에 떠오른다. 나이 든 남자 의사 앞에서 주눅 들어있던 어린 나, 내 '여성성'이 사라졌을까봐 불안했던 내가 애처롭게 지나간다. 혹시라도 3분 외래진료만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누군가가, 혹은 같은 질병을 비슷한 정도로 경험한 누군가의 이야기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이 답답한 마음으로 포털을 뒤지다가 내 글을 보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정제되지 않은 내 글이, 격했던 감정이 묻어나는 이 글들이 오히려 더 상처가 되면 어떡하지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가끔 메일이나 댓글로 감사의 인사를 받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검색어 유입을 매 달 분석했다. 여행기나 요리 이야기는 다음 메인에 걸려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검색어 유입은 대부분 자궁 또는 수술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5월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은 유입 검색어는 <아픈 사람에게 위로의 말>과 관련된 것이다. '위로를 하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느꼈다. 나에게 위로가 아닌 아픈 말들을 내뱉었다며 사람들을 원망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 사라졌다. 


다음으로 많은 검색어는 각종 자궁질환들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자궁적출 수술>과 관련된 것들이 가장 많았다. 뾰족한 원인도, 뾰족한 답도 없는 이상한 종양이 내 몸안에서 자라는 그 막막함에 압도되어 검색 포털을 뒤졌을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내 글을 읽고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해소가 됐으면 나는 더할 나위 없다. 혹시라도 감정 과잉의 글들을 읽으며 행여나 더 상처 받거나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다음은 <수술동의서>, <수술 보호자>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 앞에 <1인 가구>가 붙는 것들이 많았다. 지나고 나서 보면 차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1인 가구가 혼자 전신마취 수술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압도되지 않았으면 한다. 생각보다 병원은 무섭지 않고, 의료진은 나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서비스의 대가를 돈으로 치르는 것은 나고, 무엇보다 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일을 고도로 교육받은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데 부디 소극적이지 않기를. 과거의 나에게도 당부한다.


수술과 회복의 과정을 모두 지난 지금, 나는 몹시 자유로움을 느낀다. 과거의 가여운 내가 간혹 안쓰럽지만,  압도되지 않는다. 많은 것들이 명료해졌다. 지나고 나서 남는 것은 사람들이다. 따뜻하게 나를 응원해준 사람들. 그리고 그 응원을 흘려보내지 않고 잘 잡아 붙들어 맨 나 자신에게도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나는 <굿바이포궁>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다가올 완경을 준비하려고 한다. 거칠게 화해한 내 몸과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완경을 아름답게 해내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할지 공부하고 나눠보고 싶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거칠고 비문과 오타가 많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보면 좋지 않을까? 


퇴장엔 역시 아름다운 노래가 필요하다. 타히티 춤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서 열심히 공부해 해석해준 가사와 함께 남겨본다. 


굿바이, 굿바이 포궁!



A Tiaturi (믿으세요)


이 노래는 당신을 위한 노래입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들어주세요.

이 싸움은 당신이 하기에 달려있어요.

당신의 판단을 믿으세요.

가족은 결속하고 

친구들은 하나가 됩시다.

힘내세요!

당신은 사랑이 가지고 있는 힘을 알고 있습니다.


믿으세요, 고뇌할지라도.

믿으세요, 곤란할지라도.

믿으세요, 어둡더라도

믿으세요, 신이 지탱하는 힘을

눈물이 나더라도 

믿으세요, 눈물을 흘릴지라도

믿으세요, 눈물이 쏟아지더라도.

믿으세요, 신은 당신의 방패가 되어 줄 거예요.


한번 악마로부터 치유가 된 후에는

당신 곁에 있어준 사람들을 기억하세요.

삶의 가치를 깨달으세요.

그것은 그날의 축복입니다. 

뒤돌아보지 마세요.

어두운 생각들은 잊어버립시다.

믿으세요.

지혜와 사랑의 말들만 마음에 담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wLGHTOPyX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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