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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Jan 02. 2024

12월의 이모저모


2023년 결산도 해야되니까 빠르게 적어보기 :)






가장 친한 친구 셋과 1박 2일 모임을 오랜만에 가졌다. 어쩌다보니 몇 년째 12월 초에 만나는 우리, 아마도 연말을 앞두고 급히 늘 날을 잡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벌써 20년이 넘게 만난 사이인데, 만나서 이야기하면 할수록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매번 느끼는 게 신기하다. 대학생때는 그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더 우리는 타고난 기질부터 다른 사람들이라는 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건 나이가 들면서 나와 나의 취향, 나의 삶의 방식이 점점 더 확고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 감출 것 없이 나를 드러내고 솔직해질 수 있는 친구들인 것 같기도 하다. 성인이 되서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은 대개 나와 비슷한 점이 많고, 그렇기에 그들과 다른 나만의 조금 독특한 점 - 정확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 을 내어놓으면 어떻게 생각할 지 두려워진다.

연애와 패션 뷰티에서 가족과 육아, 건강으로 주제가 바뀌고 있긴 하지만, 만나면 늘 할 이야기가 많고 편한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전 주말에 일명 ’자유부인 크리스마스‘ 주간을 즐기게 되었다. 금요일에는 뮤지컬, 토요일에는 콘서트, 일요일에는 노키즈존인 핫플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나름 알찬 일정이었다. 특히 콘서트를 보러 간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몇 주 전부터 주요 노래를 반복재생하고 유튜브도 찾아보았다. 사실 좋아하긴 하지만 ‘최애’ 아티스트 수준은 아닌 그룹의 공연이었는데도 얼마나 신나고 좋던지. 내가 이런 것 좋아했었지 - 새삼 다시 떠오르게 하는 날이었다.

아이가 없던 시절에는 남편과 영화관에, 야구장에, 여행에, 공연장에 많이도 다녔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활동은 단연 콘서트였는데. 다른 활동은 아이가 조금 크면서 점점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콘서트는 아직 조금 어려운 영역이지 싶다. 그래도 이날 유난히 초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 관람객들이 많아 눈길이 갔다. 그 전에도 공연장에 이렇게 아이들이 많았나? 그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것일까? 아기가 커가는 모습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고 같이 응원봉을 흔드는 모녀사이가 기대되기도 한다. 물론 그러려면 예매전쟁을 이겨내야 겠지만. (콘서트 오신 4인 가족 존경합니다..)






아이는 예전부터 겨울을 가장 기다렸다. 눈썰매와 눈사람이 좋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 눈이 그리 흔치 않은 나라에서 3n년을 자란 나로서는 “겨울이 온다고 눈이 오는 건 아니야”라며 아이의 기대를 애써 낮추려 애썼다. 그런데 노력이 무색하게 올해는 눈이, 그것도 펑펑 내려 소복히 쌓이는 함박눈이 자주 내린다. 처음엔 신기해하던 아이도 한번 보고 밖에 나가지도 않으려 할 정도로.

그래도 추위와 귀찮음을 무릅쓰고 장갑과 핫팩을 챙겨 집밖으로 나섰다. 단지내 경사로에서 썰매도 타고, 손이 시렵다는 남편 대신 눈사람도 작지만 그럴듯하게 만들고, 눈싸움도 해보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눈밭에 벌러덩 누워 천사자세를 취한 아이 덕에 멋진 사진도 찍어보았다. 사실 30분 정도 놀고 이내 추워 핫초코를 사먹으며 쉬었는데, 아이는 ”오늘 처음으로 눈사람을 만들어봐서 너무 좋았어!“란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눈사람 만들어본거 아니었어?하니, 아니란다. 썰매는 탔지만 눈사람도 눈싸움도 안해봤단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육아를 하고 있는 덕에 편한 점도 많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을텐데 가끔 너무 기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퇴근 후 아구구 소리내며 겨우 책 한권 읽어주는 게 고작인 하루하루지만, 주말이라도 더 아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는 2024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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