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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Sep 28. 2019

나는 몇 개의 물건으로 살 수 있을까?

버려도 버려도 계속 나오는 물건들

아기 용품을 하나둘씩 사다보니 집이 비좁게 느껴졌다. 그래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하기에도 좋을 듯하여 이케아에서 산 안락의자는 의자로서의 기능보다는 담요같은 물건을 놓아두는 곳으로 변하여 중고 사이트를 통해서 팔게 되었다. 없어진 안락의자의 자리만큼 비워진 공간을 보니 거실이 2배는 넓어 보였다. 그리고 꾸준하게 운동을 할거라며 무려 직구로 구입한 샤오미 워킹패드도 공간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집에서 티비보며 운동하는 것이 안 맞았고 밖에 나가서 걷고 뛰는 것이 더 좋았다. 그래서 워킹패드도 중고 사이트를 통해서 팔았다. 접어 두지 않고 항상 펴 놓아서 공간을 차지 했던 워킹패드가 없어지니 집에 청소가 하기가 수월해졌다. 이렇게 공간을 차지하고 쓰지 않던 물건들을 하나 둘 팔다보니 내 공간에서 그동안 쓰임이 없던 물건들에 눈이 가게 되었다. 그래서 옷장도 열어보고 찬장도 열어보고 신발장도 열어보고... 

그러면서 '나는 참 많은 물건들을 모아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쓰고 처박아둔 것들이 먼지만 앉은 채 있었다. 물건을 돈으로 사서 들이는 건 너무나 쉬웠는데 그 물건을 지속적으로 쓰며 관리하는 것이 되지 않았다. 쓰임이 중복되는 것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하나도 나에게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우리 집은 엄마가 절약 정신이 투철하셨기에 옷이나 신발 등을 사면 깨끗하게 빨아서 그것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해서 자주 입히고 신겼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예전에 매일 신고 다니던 편한 부츠,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옷하면 떠오르는 특정의 물건들이 있다. 그리고 가끔 그 물건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물건이 없는 거 같았다.

요즘에는 물건을 살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고 인터넷 쇼핑으로 쉽게 간편 결제로 사버리니 내가 그 물건을 언제 샀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가 택배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매일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도대체 몇개나 될까? 그리고 쓰지 않는 물건들을 다 처분해버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은 물건을 사는 것이 조심스럽다. 왜냐면 우리 집에 들어와서 그저 공간만 차지하고 먼지만 쌓이게 될까봐서이다. 오늘도 나는 또 처분해야 할 것이 없나 우리 집을 쓱 둘러본다. 비워진 공간만큼 마음은 편안해지고 비워진 공간을 더 더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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