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다. 명절 몇 일 전부터 맘카페에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시댁에 가서 2박 3일을 자고 와야 한다. 명절에 음식할거 때문에 벌써 스트레스다. 임신을 했는데 어머니께서 오라고 하신다 등등...
왜 며느리들은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나도 결혼을 하기 전에는 몰랐다. 며느리가 어떤 존재인지.. 하지만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되어서야 친정에서 명절을 보낼 때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는 걸 알았다. 시어른이 좋으셔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고 있으라고 해도 시댁에 가서 가만히 있으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도울 일이 없나, 해야 할 일이 없나 찾게 된다. 그리고 차라리 설거지라도 하고 있으면 편한 이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친정에 가서는 엄마가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부엌에서 일하고 있으셔도 부담이 되지 않는데 왜 남편의 엄마가 부엌에서 일하고 계시면 눈치가 보일까?
며느리라면 당연히 명절에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손님이 오면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해야한다고 은연중에 누군가 박아 놓은 가치관때문에 그런것인가... 왜 시누이는 제사 때 설거지를 하지 않고 간 나에게 화를 낼 수 있는가... 그게 당연히 며느리의 일인가?
내가 시집오기 전에 어머니는 항상 음식을 많이 하셨다. 튀김이며 전이며 생선이며 넘치게 준비하셔서 집으로 돌아가는 친척들에게 음식을 한 보따리씩 싸주셨다. 음식이 요즘처럼 귀하지 않고 지천에 있는 오늘날에도 그렇게 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어머니께 한 날은 요즘은 못 먹고 못 사는 시대가 아니라서 그 날 하루 먹을 만큼만 음식을 하자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몇 년간 해오던 음식 양을 한번에 줄이기가 힘드신 듯 했다. 힘들게 장을 보고 만든 음식, 지나치게 많이 준비한 음식은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냉동실에 차갑게 얼어서 쓰레기통에 버려지기도 하는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명절이 모두가 즐겁지 않은 이유는 가족의 수만큼, 변화된 식문화에 맞추어 명절의 모습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우리 집 근처에는 시장이 있다. 시장에는 명절 몇 일 전부터 튀김이며 전을 주문받는다. 그리고 작은 명절에 그것을 찾아서 귀성길에 오른다. 이런 모습이 부정적이라고만 할 순 없을 것이다. 명절에 튀김과 전만 만들지 않고 사와도 힘듦이 덜하다. 물론 누군가는 정성이 부족하다며 얘기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누군가는 일 안하는 남자 어른일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라면 남자도 여자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함께 차례 준비를 한다면 좋겠다. 그리고 며느리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라는 생각이 있다면 부엌에서 일만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또 며느리인 당신부터가 당연히 설거지를 해야 하고 음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댁에 가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명절이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A급이니 B급이니 하는 며느리 다큐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