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현대 도시, 특히 아시아의 거대한 도시의 경험은 차량의 속도에 맞춰져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말을 빌리자면 48.9km의 속도에 맞추어져 있는 풍경이다.
건축에서 차량의 존재는 과거 속도가 반영되는 파사드 관점의 경험에서 내부 공간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건축 경험의 순서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건물의 출입구는 어디인가? 여전히 전면을 향하게 크게 웃고 있는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항상 어두운 주차장에서 내려 걷고 있나?
어떤 음침함이 내습하는 스산한 공간인가? 아니다 우리가 항상 마주하는 일상적 공간 중에 하나다. 우리가 찾아야만 하는 현대 도시의 웜홀 중에 하나이다.
주차장은 그 기능상 매우 중요한 공간 중에 하나이다. 휴먼스케일의 속도로 도시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차가 멈춰진 그 순간 우리는 도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즉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유형적인 관점에서 무엇인가 교환되는 공간이다. 도시에 숨겨진 앨리스의 굴처럼, 달리던 차량에서 보이던 도시가 다른 평행우주의 새로운 도시가 되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교환되는 속성을 가진 기존 공간은 과거 기차역이나 공항, 항구의 터미널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주차장과 다른 점은 매스 즉, 대중이라는 존재의 부재이다.
더 흥미로운 존재는 주차전용건물과 타워의 등장이다. 오직 차를 위한 건물. 역사상 한 번도 인간과 신이 아닌 그 무엇을 위한 건물이 도시 한가운데 서 있었던가? 마구간이 성의 한가운데 우뚝솓아있다고 상상해보자. 인간은 어디에 있는가? 타워는 기계적으로 차량을 포개어 놓았을 뿐이다.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이 주차타워는 아무런 표정도 없는 추상적 물체일 뿐이다.
다시 돌아와 멈춰 선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어 보자. 노점의 운용형태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점도 모두 사실은 차의 형태와 동일하다. 노점의 본질 중 하나는 멈추워서 펼쳐질 때 진정한 이벤트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도시에서 우리는 달리는 순간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동하는 것에는 모든 에너지가 움직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말랑한 건축, 젤리 도시.
현대의 도시는 젤리같은 건축을 필요로 한다. 콘크리트처럼 영구적으로 굳어버린 20세기의 도시에 한없이 부드러운 소프트함의 결합이 마치 플라스틱이라는 틀속에 담긴 한없이 부드러운 젤리처럼. 그 안에서 경험하는 비일상적 도시의 경험. 일탈의 순간을 부여하는 것. 사실 이 모든 것이 도시 속에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이것들을 발견하고 들어내고 정제할 뿐이다. 모든 물질이 진동한다고 믿는 초끈이론도 그 물질이 관찰되는 순간에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복잡계의 과학을 서술하는 카오스 이론도 유의미한 데이터는 멈춰진 일정한 패턴 속에서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