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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Oct 03. 2016

찜질방, 우리 시대의 정원

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어린 시절, 일요일은 몽롱하고 나른한  날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저녁이 되어 갈 때쯤엔, 주말이 가기 전 온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목욕을 다녀왔어야만 했다.

목욕탕은 다른 이 에게는 몸을 씻기 위한 위생시설이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저 완벽한 또 다른 놀이터와 같았다. 탕 안 가득 찬 따뜻한 물과 찬물을 번갈아가며 텀벙텀벙 거리기도 하고,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말리고 반복하기 여러 번 하다 탕에서 나와 발가벚은채로 누워 tv도 보고 흡사 이건 목욕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물놀이를 하러 온 셈이었다. 탕에 들어가기 전과 나온 후에는 잠깐의 유희와 때를 밀면 살이 빠질 것이라고 믿고 통과의례처럼 꼭 체중계에 올랐다.  

과거 로마제국의 공공건축 중에서도 시민을 위한 쾌락 시설로 목욕탕은 도시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었다. 목욕이라는 행위가 주는 쾌감과 위생상의 이유로 권장되곤 했었다. 로마의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 휴게공간의 모습을 가졌었다. 권력자들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이 거대한 물의 공간에 몸을 맡기고 여가를 보내곤 했었던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한국의 목욕탕은 찜질방이라는 놀이공간으로 진화되었다. 이천 년 전의 과거 로마시대의 공중목욕탕처럼 우리는 단순히 몸을 씻는 것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먹고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노는 것에 돈을 지불한다.  따뜻한 물이 가져다주는 근육의 이완과 수증기로 인한 몽롱한 분위기 때문일까 우리는 모두 여기서 잠에 취하고 들어 눕고야 만다. 24시간 그렇게 우리는 변하지 않는 유한한 우주 속에서 심적 안정을 얻게 된다.  

정원의 본질이 자연과의 소통으로 심적인 평안과 휴식을 갖는 공간으로 볼 때, 우리는 이 도시의 사막 어디에서 심적인 평안과 휴식을 얻을 수 있을까? 바로 찜질방이 우리의 공허한 도시의 유일한 휴식공간과 유희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현대 도시 특징은 거대화 되어가면서 한 가지 건축 유형으로 통합되어 간다. 가령 쇼핑몰은 도시의 모든 판매점, 음식점에서 산책로, 대중교통의 역사, 공공 광장의 역할까지 흡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찜질방은 유희와 휴식 공간을 흡수 통합하며 거대화 되었다. 발가벗은 채로, 우리는 다 함께 누워 티브이를 보거나, 오락을 하고, 자거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고, 때론 잠까지 청하는 거대한 하나의 방으로 통합되어 가는 것이다.

찜질방의 공간은 준비공간, 수공간을 거쳐 목적지인 찜질하는 거대한 하나의 방에 도달하였다가 다시 되돌아 나오는 구조이다. 일반 건축에 비해 되돌아 나오는 동선이 가장 큰 특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번호표가 매겨진 팔찌가 우리의 신분증이자 결제수단이 되며,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계급과 신분을 벗어나 평등과 자유를 함께 누리는 이것은 또 하나의 일상 속 일탈의 공간인 것이다. 이곳은 되돌아 나올 뿐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는 일상 속에 숨겨진 환상의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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