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는 회산 다리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다리를 주변으로 활기찬 시장이 있는 동네였다. 복개 천위에 지어진 시장 건물과 상점들 그리고 노점이 얽힌 그런 곳이었다. 밤이 되면 시장의 모든 것이 움츠러들고 쪼글아 들 때,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지만 항상 포장마차 3대가 나란히 다리 위에서 펼쳐져 있었다. 밤늦게 집에 돌아올 때나, 이따금 출출하면 그곳에서 팔던 우동 한 그릇을 먹고 들어가곤 했었다. 나에게는 이 포장마차가 무의미한 일상 속 장소인 다리를 시간에 따라 특별한 경험이 시작되는 일탈의 장소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쩌면 그곳은 시간이 멈춰진 것은 아닐까라고 종종 느낄 때도 있다.
아침 시간에만 토스트를 파는 조그마한 가게부터 늦은 밤의 포장마차까지, 그 외에도 수많은 길거리 음식점을 우리는 쉽게 마주할 수가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추운 밤의 냉기를 녹이거나,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작은 쉼표를 하나 찍는다. 내가 도시형 주방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활성화되는 임시적 건축 중에 가장 최소 단위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흔히 길거리 음식점이라 불리는 도시형 주방은 고정된 점이 아니라 흐르는 선위에 놓인 것으로 그 구축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다른 개별적 유형을 가진다.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 하나의 작은 움직이는 건축물인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이 노점을 거리에 고정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한다. 노점을 정비하여 거리를 정리하고자 하는 것인데, 사실 이는 관리자의 눈으로 노점의 좋은 점을 제거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동 불가능한 노점은 도시의 짐이 된다. 이동하는 선위의 음표가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불규칙하게 만들어버리는 바위가 되는 것이다. 특정 시간, 특정 공간 위에서 무리 지어 활성화되는 이 노점의 건축이 지루한 일상의 도시를 일탈의 장소로 바꿔 준다고 생각해보자. 새로운 사건이 생겨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