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건축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2011년 겨울, 서울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첫 회식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도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거대한 도시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오는 471번 버스가 한남대교를 지나갈 때, 나는 아직도 이곳과 저곳의 경계에서 어디로, 혹은 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방황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지난 10년 가까이 살아왔던 인천을 뒤로하고 서울에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 위에 서있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두려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든 도시든 한 지점을 넘어서면 나는 늘 오묘한 기분이 든다. 끝날 것 같은 데, 뭔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랄까.
인천에서 살 때는 노량진에서 용산으로 넘어가는 한강철교 위 지하철 1호선 안에서 종종 이런 기분을 느끼곤 했다. 이미 나의 몸은 서울이지만 마음속으론 서울은 이 다리를 건너서부터 시작된다고 믿었다. 강물에 반사된 눈부신 햇살을 보며 여기는 아직 서울이 아닌 다른 어딘가라고 생각했다.
다리는 두 장소를 연결하는 도시 내의 중요한 인프라스트럭처 중 하나이다. 주로 강이나 하천, 바다를 건너기 위해 만들어지고, 사용된다. 다리 위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곳에 서서 바라보는 해 질 녘 풍경 속의 태양은 나와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태양같이 보이기도 하고, 때론 햇빛은 너무나 강렬해 나를 초라하게 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나의 반복되는 삶의 수레바퀴가 여기에서는 다르게 흘러가는 착각이 드는 것이다. 이 흔한 거대한 시설물이 일탈의 장소가 되는 것은 그곳은 경계와 경계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은 아닐까? 가끔 몇몇 사람들이 그 삶을 정리하는 장소로 이것을 고르는 것 또한, 그곳이 일상의 원심력에서 벗어난 곳이라는 것을 그 사람들은 알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오늘도 다리를 건너면서 불안한 생각이 들고는 한다. 어쩌면 나는 이 다리 위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