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주말이면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가까운 쇼핑몰까지 산책을 하고 스타벅스에 들려 아침을 해결하고 한두 시간 책을 보고 필요한 찬거리를 사서 돌아오곤 했다. 그것이 나의 주말의 시작이자 때론 전부이기도 했다. 현대인은 주말에 산에 오르기보단 쇼핑몰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시답잖은 것을 사고, 그곳에서 논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이용하는 현대 쇼핑몰의 모습인 것이다.
이 시대에 가장 현대성을 가진 건물은 바로 복합쇼핑몰이다. 현대사회의 공간은 점차 소비를 빼고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균질의 공간은 그 크기를 변화해가면서, 도시의 공공공간의 역할을 수용하고자 노력한다. 이곳의 본질은 소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히 소비할 수 있는 계급만을 위한 공공공간을 제공할 뿐, 이곳에서는 우리는 그 어떤 쌍방향의 소통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곳은 일방향의 소통을 위하여 계획된 소비 집단성을 지닌 공간이기 때문이다.
영화 <새벽의 저주>에서 좀비에 점령당한 인간사회의 최후의 공간으로 미국의 대형 쇼핑센터가 등장한다. 좀비들이 넘쳐나는 도시와는 단절된 쇼핑몰에서 주인공들이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었던 건 쇼핑몰이 가진 몇 가지 건축적 특이성 때문이다. 외부의 맥락에서 차단되어 있고, 그 안에 삶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도시와 같은 곳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우린 좀비들처럼 끊임없이 이 쇼핑몰 주위를 배회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도시가 놀이의 공간, 유희의 공간, 배회의 공간을 스스로 잃어버리고 쇼핑몰로 모두 귀속되어 왔다. 이로 인해 우리는 쇼핑몰이라은 새로운 도시에서 방황하는 하나의 좀비가 되어 갈 뿐이다. 우리는 집 밖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른 채 습관적으로 쇼핑몰을 방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