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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한 식물 누나 Jan 03. 2024

파인애플의 친척? 에어플랜트 틸란시아


파인애플과 닮았나요?


틸란시아는 크게 보면 파인애플의 먼 친척쯤 되는 식물이다. 얼핏 보면 생김새가 파인애플의 잎사귀 부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흔히 틸란드시아(Tilandsia)라고 부르지만 d는 묵음이라 틸란시아가 더 정확한 명칭이라고 한다. 식물의 이름은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좋아하는 식물이니까 왠지 야무지게 불러주고 싶다.  



틸란시아라는 이름은 스웨덴의 의사이자 식물학자 Elias Tillandz를 기리며 그 유명한 칼 폴 린네가 붙인 이름이다. 


린네는 그야말로 현대 식물학의 시조새로 속명 다음에 종명을 붙이는 이명법을 확립한 학자다. 즉, 린네가 있어 오늘날의 식물 학명도 있을 수 있었고, 틸란시아라는 이름도 있을 수 있었다. 


Image by Wilfredo Morales from Pixabay




틸란시아가 잡초? 


틸란시아는 멕시코, 과테말라 등 건조한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왔다. 사실 원산지에서는 많은 에어플랜트가 잡초로 취급되었으며, 심지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화물 포장 시 완충재로 쓰였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에어플랜트/요시하루 카시마 참고) 


조금 의아할 수도 있지만, 수염 틸란(우스네오이데스, 아래 사진)의 모습을 본다면 왜 완충재로 쓰였는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Image by JamesDeMers from Pixabay





흙 없이 자라는 식물


틸란시아는 대표적인 에어플랜트로 흙에서 자라지 않고, 나무 둥치 등에 붙어 자라는 착생 식물이다. 틸란시아가 국내외에 크게 유행하게 된 이유도 바로 흙 없이 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에어플랜트는 화분에 심지 않고 행잉으로 키우거나 데코 소품으로 장식하며 테라리움을 만드는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서 플랜테리어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주로 행잉으로 키우거나 바닷가에서 추억으로 주워온 조개껍질 위에 올려 키우는데 나름 매력이 있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주기적인 분갈이가 어렵거나 물 주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데, 틸란시아는 흙에 심지 않고 키우니까 분갈이도 필요 없다. 물관리도 대체로 쉬운 편이다. 


잎에 있는 미세한 솜털, 즉 트리콤을 이용해 공기 중의 수분과 유기물을 흡수한다. 국내에서는 먼지 먹는 식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미세먼지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제거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수의 틸란시아가 필요할 것이다.





틸란시아 키우기


틸란시아는 직사광선을 피한 밝은 곳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소 어두운 곳에도 적응하는 편이지만 실내조명이나 식물등을 쐬어주는 것을 추천한다. 


햇빛보다 중요한 게 바로 통풍인데, 바람을 살랑살랑 맞히며 키우는 것이 좋다. 특히 물을 주고 난 후에는 최소 반나절 안에는 마를 수 있도록 관리해 준다. 환기가 어렵다면 서큘레이터 사용을 추천한다. 



틸란시아는 수시로 물을 분무하며 키우기도 하지만, 욕실이나 베란다로 가져가 약한 수압으로 샤워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비를 흠뻑 맞는다는 느낌으로 물을 주고 통풍이 좋은 곳에서 잘 말려주면 된다.



매일 분무하거나 자주 샤워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물 주기 텀을 늘리면서 목욕을 시키듯 물에 5분 정도 담가주는 식으로 관리해도 좋다. 


깜빡하고 물 주는 시기를 놓쳐 틸란이 많이 건조해 보일 때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단, 잎 사이사이 물이 고여 과습으로 식물이 물러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모체에서 자구가 자라나면 분리해 여러 개의 식물로 번식시킬 수 있다. 모체에서 분리할 때는 엄마의 절반 정도는 성장한 후 살짝 떼어내는 것이 안전하다. 


굳이 분리하지 않고 계속 성장시켜 틸란시아 클럼프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가끔 긴 뿌리가 생기기도 하는데, 뿌리는 착생을 위한 용도로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잘라내어도 큰 상관은 없다. 






단 한 번 꽃을 피우다


틸란시아는 그 종류만 해도 500여 가지가 넘는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오난사다. 이오난사는 몸체가 붉은색으로 물이 들 때가 있는데, 이는 곧 보라색 꽃이 필 신호이다. 이오난사라는 이름도 그리스어 ion(보라색)과 anthos(꽃)의 합성어이다. 


꽃은 일생에 단 한 번 피고 이후 모체는 차차 시들게 된다. 그래도 옆에는 자구가 생성되어 새로운 생명을 약속한다.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시들어가는 모습은 삶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새로운 생명이 바통을 이어받아 식물의 삶은 계속된다... 


Unsplash의feey




밤에 열일하는 CAM 식물


틸란시아는 제목에서도 파인애플의 친척이라고 했다. 틸란시아는 대표적인 CAM 성격의 식물로 야간에 산소를 배출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파인애플과 식물의 특성에서 파생된 것이다. 



틸란시아를 비롯한 에어플랜트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저녁에서 밤 사이에 물을 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이는 숨구멍을 밤에 열어 밤안개와 이슬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CAM 식물의 특성 때문이다. 


밤에 산소를 뿜뿜 해주니 실내 공간, 특히 침실에 두면 좋은 식물이다. 하지만, 빛을 좋아하는 편이라 너무 어두운 침실에 두는 것은 권장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식물등의 힘을 빌려보길 추천한다.



새해에는 파인애플을 닮은 에어플랜트, 틸란시아와 함께 해보면 어떨까? 무료하던 나의 공간에 생기와 초록 에너지를 나누어주는 고마운 반려식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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