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유한 식물 누나 Jan 17. 2024

짧지만 강렬한 겨울 꽃 향기 천리향


봄 꽃잔치가 열리기 전, 서늘한 겨울 공기를 뚫고 마음을 은은한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향기로운 꽃이 있다. 흔히 천리향이라고도 부르는 서향이다. 천리를 가는 향기라고 해 천리향, 상서로운 향기가 난다고 해서 서향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Unsplash / Mateus Campos Felipe


서양에서는 '다프네 오도라'라고 불린다. 다프네 하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은데,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의 구애에 쫓기다 월계수로 변한 님프의 이름이다. 서양 서향의 잎과 열매가 월계수와 닮아 식물학자 린네에 의해 다프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월계수와는 전혀 다른 나무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 


12월부터 2월까지 화훼 시장에서 작은 천리향 묘목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작게 자라는 관목 형태의 식물로 성장이 빠르지 않고 수명도 대단히 길지는 않아 작은 묘목으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일부 남부지방에서는 노지 월동이 가능해 정원수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픽사베이 / shell_ghostcage


서향은 암수 나무가 따로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수나무만 심어져 있어 열매를 보는 일은 드물다. 천리향은 독성레벨이 꽤 높은 식물로 분류되어 있는데, 특히 열매는 독성이 강하다고 하니 혹시 보는 일이 있어도 섭취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반려동물이나 어린이도 주의가 필요하다. 


가지치기는 7월 꽃눈 분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하는 것이 좋으나, 그리 생장이 빠른 식물은 아니라 수형이 많이 흐트러지지 않고 자주 가지치기할 필요도 없다. 꽃이 질 무렵 꽃을 데드헤딩해 주고 퇴비나 비료를 얹어주는 것만으로 식집사가 할 일은 다한 것이다. 



흙은 약간 산성의 성질이면 좋고, 배수력이 좋지만 촉촉함 또한 유지해야 한다. 상토에 피트모스나 부엽토를 섞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꽃이 달려 있을 때는 흙을 촉촉하게 유지해야 꽃이 갑자기 우수수 지는 일이 없다. 축축하지도 않고 너무 마르지도 않게 식집사의 관리 센스가 필요한 부분이다. 


꽃이 왕성하게 피어날 때 잎이 몇 개 노랗게 변하는 것은 영양분이 꽃으로 집중되면서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우수수 지는 수준이라면 과습을 의심해야 한다. 



서향은 나무가 클수록 이식이 어려워 한 화분에서 계속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경험상 작은 묘목은 분갈이 후에도 큰 문제없이 잘 적응하는 것 같다. 단, 뿌리는 함부로 잘라내지 않는 것이 좋다. 


꽃은 서늘한 곳에서 꽤 오래 지속되는 편인데, 보통 작은 묘목을 3개 정도 삽목해 하나의 포트에 담아내기 때문에 꽃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서향의 향기는 한 번 맡으면 잊을 수가 없어서 매년 겨울이면 생각나는 꽃나무이기도 하다. 



수명은 그리 길지 않고 생장도 빠른 편은 아니지만, 꽃이 드문 계절 서향의 달콤한 향기와 은은한 색감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반그늘에서 물관리만 잘하면 의외로 무난하게 키울 수 있는 식물이라 이 겨울 함께 해보길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