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박쥐가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박쥐란이라고 불리는 식물입니다. 외국에서는 staghorn fern이라고 하는데, 사슴뿔을 닮은 고사리라는 뜻입니다.
사람에 따라 사슴뿔처럼 보이기도 하고 박쥐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식물은 오스트레일리아 및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다른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착생식물입니다. 착생하는 성질은 있지만 기생 식물은 아니라고 하네요.
박쥐란은 특이하고 멋있는 수형을 하고 있어 실내 인테리어 식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공기정화 기능이 있다고는 하나, 주어진 공간에 식물 비중이 높아야 제대로 된 효과가 있겠죠.
staghorn fern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박쥐란은 고사리목의 양치식물입니다. 따라서, 공중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랍니다. 하지만, 다른 고사리들처럼 습도에 아주 민감하지는 않아 실내 식물로 더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보통 가정집 습도에서도 그럭저럭 키울 수 있지만, 건조한 바람에 직접 노출되면 잎끝이 마를 수 있어서 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을 바로 맞는 곳은 피해 주세요. 직접 키워보니 베란다 정도의 습도면 좋더라고요.
박쥐란은 낮은 온도에 강해서 베란다 월동 정도는 가능한데요, 그래도 15도 이상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키워주는 것이 좋답니다. 또한, 직사광선은 피해서 간접광이 드는 밝은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아요. 햇빛이 조금 부족한 곳에서도 잘 적응하는 편이지만 웃자람 때문에 원하는 수형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어요.
박쥐란은 특이하게도 두 가지 형태의 잎이 함께 자라는데요, 먼저, 콩팥 모양으로 뿌리를 덮으며 자라는 것은 영양엽입니다. 흙을 감싸 수분과 양분을 지키는 역할을 해요. 처음에는 연한 녹색이지만 갈수록 갈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제거하지 않는 게 좋지만, 썩어 들어가는 기미가 있거나 분갈이를 할 때는 조금 도려내어도 상관없어요.
사슴뿔 모양으로 위로 자라는 잎은 생식잎이라고 하는데요, 생식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번식을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뒷면에 포자가 달린다고 하는데, 실내에서 키우는 어린 개체는 잘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생식잎은 약간 먼지가 앉은 듯 솜털이 있는데요, 이는 뜨거운 태양이나 건조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닦아내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좋지 않아요.
박쥐란은 수태를 이용해 목부작으로 키우거나 바크에 착생시키기도 하는데요, 다른 식물처럼 흙에 심어도 상관없어요. 다만, 배수가 잘되는 흙이어야 하고요, 30% 정도만 상토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바크, 펄라이트 등을 섞어 충분한 배수력을 확보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수태나 바크에서 키울 때는 물이 너무 자주 말라서 물관리가 힘들었는데요, 흙에 심어주니 습도 유지도 더 잘 되고 성장 속도도 훨씬 빠르더라고요. 저는 바크를 충분히 깔고 펄라이트를 섞은 상토에 박쥐란을 심어준 다음 다시 바크를 덮어 키우고 있습니다. 이 방법이 키우기 가장 쉬웠어요.
걸이분이나 목부작으로 키울 때는 대야에 물을 받아 10분에서 20분 정도 충분히 담가두었다가 빼내어 충분히 말려주시면 됩니다. 충분한 크기의 화분에 심었을 때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어도 충분하더라고요. 물론 물 주는 주기는 키우는 환경이나 분갈이 방법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박쥐란 키우는 방법을 검색해 보면 국내외 사이트 모두 어렵다고 평하고 있는데요, 직접 키워보니 병충해도 크게 발생하지 않고 엄청 잘 자라는 기특한 녀석이더라고요. 번식도 아주 잘 된답니다.
그동안 박쥐란 키우기가 어려웠다면, 흙에 심어 화분으로 관리하면 훨씬 쉬우실 거예요. 이렇게 멋지고 키우기도 쉬운 박쥐란! 꼭 한번 키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