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는 이유 1편
어엿 러닝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아니 NRC에 내 러닝을 기록한 지 그 정도 되어 간다. 사실 뛰고 싶을 때마다 뛰는 사람으로서 러너라고 하기 부끄러운 순간도 있다. 내 주변엔 대단히 빨리 그리고 자주 뛰는 사람이 많고 정말로 사랑해서 뛰는 사람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때. 뛰면 다 러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들이 보기엔 러너겠지?
내 생의 최초의 뛴 기억은 초등학교 때였다. 그 당시 나는 또래보다 키가 큰 편이었고 어릴 적부터 수영, 태권도 등 여러 운동을 해 오며 다져진 몸으로 달리기도 빠른 편이었다. 초등학생 때 100m 달리기를 측정하면 항상 학교에서 가장 빨랐고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학교 대표로 꾸준히 대회도 나가게 됐다.
주황색의 싱글렛과 숏츠는 너무나도 짧고 못생겨서 입기 싫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스파이크를 신고 주어진 레인을 달렸다. 난 항상 1번 레인을 좋아했는데 시야 오른쪽에만 상대가 보여서 그랬던 거 같다. 나는 양 옆 주자가 나보다 빠를 때 비참했고 엄청난 승부욕을 느꼈다. 그래서 항상 1번이 좋았다. 어릴 적 나는 허허벌판과도 같은 트랙에서 나름의 핑계와 도피처를 찾은 것이다. 나는 100m 혹은 200m 남짓한 거리를 항상 피 맛이 나도록 달렸다. 그 당시 150cm 정도의 키로 100m를 13~14초 언저리에 뛰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항상 트랙 한 바퀴를 전속력으로 돌며 훈련을 끝냈는데 80초를 항상 맞추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찰나를 보냈다.
그 후 나는 달리기가 점점 싫어졌다. 목이 갈라지고 숨이 너무 차서 목으로 바람을 들이쉬기만 했던 순간이 내 달리기가 됐다. 나의 달리기는 언제나 총소리와 함께 시작했고 총소리가 멎기 전에 레이스는 끝났다. 그게 내 어릴 적 달리기였다.
그 후 어른이 되고 살을 뺀다며 혹은 운동을 한다며 러닝 머신을 달려도 재미가 없고 홀로 어린이 대공원의 작은 트랙을 나가 달려봐도 숨이 금방 차 한 바퀴를 뛰고 포기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내가 하프 마라톤을 뛸 줄이야. 빠르고 짧게 뛰는 달리기만 알던 내가 바깥 풍경을 보며 달리게 될 줄이야. 내게 달리기는 정해진 거리를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야만 하는 것이었는데 ‘달리기’의 나만의 정의가 점점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