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현관 밖으로 내딛은 조심스러운 한 발에
오늘의 바람과 마주하게 된다
하루는 바람의 연결이고
바람으로 시작해 열리며
이윽고 바램의 끝에 도달해
나의 색체를 한 꺼풀 벗겨가며 닫힌다
문득 눈을 마주친
분주하게 닫힌 가게 유리창에 비친
왜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나의 모습은
유리창의 물때가 지워지지 않은 탓
하루에 바랬기 보다는
바랜 유리창에 비춰졌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바람을 맞아가며
하루의 바람을 작게나마 이뤄가고
하루를 더 이상 바래지 않고 닫아가는 것
그렇게 선명한 하루를
한번 더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