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감추는 게 어른인 줄 알았다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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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 울면 어리다고 했고,

화를 내면 유치하다고 했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하면

분위기를 망친다고 했다.

그래서 참았다.


어른이란 그런 거라고 믿었다.

표정은 조용하게, 목소리는 낮게,

감정은 보이지 않게 삼켰다.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


‘이건 말할 일이 아니야.’


‘지금 이런 얘기 꺼내면 민폐야.’


그런 생각이 당연해졌다.

그렇게 나는

슬픔도, 분노도, 억울함도

표현하지 않고 안에만 쌓아뒀다.

그리고 점점 무뎌졌다.


기뻐도, 속상해도, 그냥 웃고 넘기는 습관.

어른답다는 말이

감정을 감추는 기술 같았다.


하지만 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나를 무너뜨렸다.

어른이라는 말은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이제는 느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눈물이 나면 흘릴 줄 알고,

속상한 마음은 꺼내놓을 줄 아는

따뜻하고 정직한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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