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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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이해하게 된 건

엄마가 내 곁에 없을 때도,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아니었다.

정말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건

나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을 때였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혼자 부엌에 서서

밀린 설거지를 하면서 울컥할 때가 있다.

밥은 남기면서도

아이 반찬은 정성껏 챙기고,

아무도 모르게 아픈 몸을 끌고 하루를 버텨낼 때—

그제야

엄마가 보인다.

그땐 왜 그렇게 무뚝뚝했는지,

왜 말없이 내 등을 돌려세웠는지,

왜 늘 마지막에 앉아 밥을 먹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엄마도,

나처럼 외로웠고,

나처럼 지쳤고,

나처럼 사랑했었다는 걸.

살아가며,

누군가를 돌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지금—

나는 매일 엄마를 더 알아간다.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시기는

사실 단 하나뿐이다.

내가 엄마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바로 그때.

그 시기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가 했던 말,

엄마가 선택했던 삶,

엄마가 삼켰던 감정들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늦었지만,

그래도 도착해서 다행이다.

엄마의 마음을 이제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그 마음으로

나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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