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던 척, 살아낸 날들을 위해

프롤로그

by 황혜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살아낸 날들이 있었다.

“괜찮아”라는 말을

내가 나에게 몇 번이나

속삭였는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무너지고 싶었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럼에도 나는

밥을 차리고,

일하고,

웃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괜찮은 사람처럼.

그날들은 기록되지 않았고,

기억조차 흐릿하게 지나갔지만—

그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그래서,

그 무던한 하루들을

조용히 안아주고 싶었다.

이 글은

조용히 무너졌던 당신에게,

말없이 버텨낸 나에게,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내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다.

괜찮은 척했던 당신,

그 하루를 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거야.